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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민원해결법, 어머니 육영수 벤치마킹

중앙일보 2013.05.06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미국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 지난달 4일 세종시. 박근혜 대통령은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오찬을 함께하다가 한 여성 서기관으로부터 고민거리를 들었다. 워킹맘인 이 서기관은 과천에서 세종청사로 이전한 뒤 어린이집 공간이 부족해 아이 맡기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즉시 수첩을 꺼내 서기관의 말을 적었고, 곁에 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꼭 챙겨주시라”고 당부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항을 겪던 이 문제는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조만간 예비비가 배정될 예정이다. 민원이 해결되기까지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주축이 돼 해당 부처의 담당자와 통화하며 일일이 진행 과정을 체크했다.


육 여사 매일 50통 민원 답장
박 대통령, 직접 과정 챙겨
“한명의 어려움 해결해주면 10만 가구 같은 문제 풀려”

 #. 3월 13일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박 대통령이 참석한 농축산 유통 개선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대학 졸업 뒤 농업에 뛰어든 강용씨도 있었다. 강씨는 2006년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설립을 주도한 ‘486 농업인’이다. 그는 농산물 유통 단계 축소를 통한 농업 발전을 주장하며 연합회가 역할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청와대로 돌아온 박 대통령은 내용을 꼼꼼히 읽은 뒤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청와대와 해당 부처 간의 조율을 거쳐 마침내 지난달 12일 민원이 결실을 맺었다. 이 연합회에 공정거래지원사무국이 설치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민원 관리 스타일이 화제다. 민원이 들어오면 대통령이 직접 진행 과정을 챙기고 결과를 피드백하도록 하면서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얼마 전 한 은행에서 신용카드 접수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의 사연을 편지로 접수한 뒤 파견 근로자 4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경기도 김포에 있는 유치원으로부터 유치원 앞에 버스 정류장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연을 접하곤 유치원 인근을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아예 전담 ‘민원 해결사’로 임종훈 민원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을 지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임 민원비서관에게 자신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에 배석하라고 지시하면서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민원부터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한 명의)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10만 가구가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발생한다”는 박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서 나왔다. 하나의 민원을 해결하면 그에 따른 잘못된 제도도 바뀔 수 있고, 청와대가 적극 움직이면 정부 부처도 그런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일종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민원 해결 방식과 닮았다. 육 여사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중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50여 통의 민원 편지를 일일이 읽고 답장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알아야 할 문제는 직접 편지를 챙겼다 전달하곤 했다. 1974년 청와대에 초대된 한 어린이의 어머니가 안면마비 증세가 있는 걸 발견하자 손수 좋은 침술원을 찾아 3개월간 치료받게 한 일화도 있다.



글=허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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