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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는 불량 애자 수백 개 회수 안 돼

중앙일보 2013.05.06 00:59 종합 16면 지면보기
한국전력이 기존 세라믹 소재 애자(碍子·insulator·절연체로서 전선을 팽팽하게 지지하는 물체)와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폴리에틸렌 소재 신제품 애자가 현장에서 사용된 지 일주일여 만에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가 긴급 회수에 나섰다. 그러나 한전의 지역 사업소들이 구입해 간 4000여 개의 애자 중 전선 설치에 쓰인 수백여 개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값싼 신제품 보급 1주 만에
리콜 했지만 일부 아직 사용

 5일 한전과 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3월 중순 전신주에 사용되는 부품 중 하나인 저압인류(低壓引留) 애자의 소재로 폴리에틸렌을 병행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지역 사업소로 발송했다. 가정에 사용되는 220V 저압 전선을 지지하는 부품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인 S사가 내놓은 폴리에틸렌 소재 신제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세라믹 소재 애자보다 비용이 싸고 운반·시공 과정에서 잘 깨지지 않아 취급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세라믹 애자는 개당 1320원이지만 폴리에틸렌 애자는 개당 1200원이다. 연간 80만~100만 개의 애자가 유통·사용된다고 볼 때 연간 1억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내연성 기준에 미달한다”는 제보가 S사에 접수됐고 S사는 애자 회수에 나섰다. 애자는 변형이 생기거나 불에 탈 경우 전선이 추락하거나 끊어질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이미 4000여 개가 강원도, 대구, 전북, 충북 일부 지역의 한전 발주 공사 시공업체로 넘어간 상태였다. 업체 측은 이 중 3000여 개를 회수했고 나머지의 행방도 찾아 리콜 절차를 밟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1일 경기도 의왕에 있는 한전 기자재시험센터에서 한전·제조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문제가 발생한 애자의 ‘내연성 시험’을 했다. 그 결과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인증기준에 미달했다. 규정은 ‘길이 15㎝ 화염을 애자 몸체에 가하고 1분 뒤 화염을 제거했을 경우 화염이 자연 소멸’돼야 한다. 하지만 실험에 사용된 폴리에틸렌 애자 2개는 불이 붙어 탔고 화염이 자연 소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해당 부품은 한전이 직접 구매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유재익 삼성방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저압의 경우 고압처럼 바로 차단되는 게 아니라서 애자 결함으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추락하면 누전으로 인해 사람이 감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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