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산 온다는 통큰 주유소, 막겠다는 남구

중앙일보 2013.05.06 00:44 종합 19면 지면보기
울산시 남구 달동 롯데마트 울산점. 주차장 부지에 셀프주유소를 짓는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울산 남구청이 주유소 업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마트 반경 5㎞ 안에 주유소 54개가 밀집해 있다.
대형마트가 셀프주유소를 지으려 하자 울산시 남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다.


롯데 “고객 편의 … 유가안정 기여”
구청, 주변 주유소 반발에 불허
순천·여수선 행정소송, 업체 이겨

 울산 남구청은 롯데마트 울산점이 신청한 주유소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 롯데마트 울산점은 지상주차장(299대)에 주유기 3대가 있는 셀프주유소를 짓겠다며 울산 남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주유소 건립으로 주차장 면적 중 660㎡가 줄어들지만, 대각선 주차 방식을 직각으로 변경해 주차 대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주유소 허가 여부는 통상 1주일 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남구청이 민원처리 기간을 넘기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주변 주유소의 반대를 고려한 결정이다. 강시규 남구청 건축허가과장은 “롯데마트 울산점 반경 3㎞ 안에 개인 주유소 54개가 영업 중이다. 개인 주유소보다 기름을 싸게 파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서면 일대 주유소 매출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며 “마트 주차장 입구도 3개에서 2개로 줄게 돼 교통혼잡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울산지회는 울산시와 남구에 대형마트 주유소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용걸 울산지회장은 “대형마트 주유소는 매출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영세 치킨업계의 반발을 불렀던 ‘통큰치킨’과 똑같은 마케팅 전략”이라며 “개인 주유소뿐 아니라 인근 전통시장 매출까지 함께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지역 평균보다 L당 50원쯤 싸다. 경북 구미의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 주유소가 들어서자 반경 5㎞ 이내의 주유소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주유소를 반기고 있다. 직장인 김준성(29·울산 남구 달동)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기름을 찾는 게 당연한 일이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점포개발팀 관계자는 “주유소 설치는 마트를 찾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정부의 유가안정 정책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주유소를 통해 이윤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주유소와 지자체의 갈등은 이번뿐이 아니다. 2009년 전남 여수시에서는 롯데마트 여수점이, 순천시에서는 이마트 순천점이 주유소 허가를 신청했다가 자치단체로부터 퇴짜를 맞은 뒤 행정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이겼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순천시와 여수시의 조례는 재산권 행사를 침해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울산점도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갈등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사진=차상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