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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도 통제 못하는 노조 … 현대차 노노분란

중앙일보 2013.05.06 00:38 경제 1면 지면보기
토요일이었던 4일 현대차 울산 공장은 기계 소리가 멎었다. 당초 이날은 노사가 주말 특근을 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그러나 노조 내 부문별 대표가 “위원장 직권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주말 특근은 또다시 불발됐다. 벌써 9주째다. 대신 공장 내 명촌주차장에는 함성 소리가 드높았다. 이 주차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37)·천의봉(32)씨가 고공 시위 중인 철탑 앞이다. 이날은 이들의 농성이 2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슈추적] 노조원들, 노사 합의 뒤집어 주말 특근 9주째 불발

 현대차 노조가 과속 페달을 다시 밟고 있다. 노조 지도부마저 노조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9월 노조위원장 선거가 강성 노조 조직 간 선명성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주말특근수당 21만원’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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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 특근 합의는 두 달간의 노사 협의 끝에 나왔다. 1인당 주말 특근 수당은 21만원으로, 노조 요구액의 96.2%다. 법(근로기준법)대로 계산했을 경우보다 1인당 7만원 많다. 문용문 노조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100% 완벽한 쟁취는 못했지만, 이제는 (주말 특근 수용을) 결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먹히지 않았다. 생산 현장에 있는 노조 내 9개 부문별 대표가 반기를 들자 노사 합의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항의성으로 생산을 멈춰 300대(39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말이 노사 합의지, 결국은 노조 내에서 가장 센 안대로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노조 지도부조차 통제 못하는 노조’가 돼 가고 있는 것은 9월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노동조직(분파) 간 기싸움 때문이다. 현대차에는 크게 7개의 분파가 있다. 이 중 강성 세력으로 분류되는 3개 조직의 경우 집행부를 흔들면 흔들수록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다. 정치판이랑 똑같다. 공장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차 내 노동조직의 하나인 ‘길을 아는 사람들’은 최근 유인물을 통해 “특근 합의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위원장 선거 앞두고 계파 경쟁



 그러나 선명성 경쟁은 멈추지 않을 태세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원 수는 경기도 연천군 인구와 맞먹는 4만4358명이다. 노조 전임자 수만 111명, 대의원 수는 476명에 이른다. 조합비는 연 200억원(별도 적립금 포함)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예산·인사 처리가 모두 위원장 손에 있다. 노동계 내 위상도 높다. 정갑득 전 금속노조 위원장,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이영희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등이 모두 현대차 노조위원장·간부 출신이다. 각 조직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자동차 업체의 관계자는 “현대차뿐 아니라 우리도 작업 반장은 서로 미루지만 대의원은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생산 차질 22만 대 넘어



 노·사, 노·노 갈등은 결국 생산 차질과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 현대·기아차에서 노사 문제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규모는 70만 대가 넘는다. 특근 중단으로 현대차는 6만3000여 대, 1조3000억원어치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기아차 광주 공장은 12만 대를 더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 말 2800억원을 들여 공사까지 했지만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애초 2월부터 증산을 하려 했으나 광주 공장 전·현 노조 집행부끼리 조합비 회계를 놓고 갈등을 빚어 노사 협의는 4월에야 시작됐다. 그마저도 지지부진하다. 현대차 전주 공장 트럭 부문에선 노조의 야근 거부로 인해 만들 수 있는데 못 만드는 차가 4만 대에 이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지난해 4분기 10% 수준이었던 현대차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1분기 6%대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증감률은 세 분기째 뒷걸음질(2013년 1분기 -10.7%)이다.



 고객 불만도 커졌다. 현대 싼타페를 9년째 탄 회사원 윤모(44·경기도 성남시)씨는 지난달 차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3월 대형 SUV인 맥스크루즈가 출시되면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차를 받으려면 넉 달을 기다려야 한다. 박씨는 “인기 차종이라지만 너무 한다”며 “현대차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민 생계형 트럭인 포터도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 노조는 귀족 노조 중 귀족”이라며 “노조 때문에 있는 설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업이 추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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