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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고학력의 덫…대졸 농민공, 사회 시한폭탄 우려

중앙일보 2013.05.06 00:31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 3월 허난성 정저우 국제전시회장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중국 대학생 6만5000명이 몰려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정저우 AP=뉴시스]


지난해 7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厦門)대와 푸저우(福州)대를 각각 졸업하고(중국은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고 졸업은 7월에 한다) 베이징(北京)에 살고 있는 리젠(李建·23)과 루리리(盧莉莉·22·여)의 청춘 얘기다. 둘은 연인 사이다. 현재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가 몰려 있는 우다커우 지역의 허름한 원룸에서 동거한다. 물론 부모들은 모른다. 둘은 공동 목표가 있다. 내년에 베이징대 대학원 석사과정 합격. 그래서 둘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빵과 국수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곧바로 부근 런민(人民)대 도서관으로 향한다. 귀가는 밤 10시다. 이 대학에 다니는 고향 친구들을 통해 도서관 출입증을 얻었다. 샤먼대와 푸저우대는 각각 중국에서 50위권 내에 드는 명문대학이다. 중국에는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만 2093개에 학생은 2400여만 명에 달한다. 명문대 출신의 두 청춘이 허름한 원룸을 찾아 든 이유가 뭘까.

성장률 떨어지면서 일자리 감소 … 치솟는 학력 인플레



“10대 명문 석·박사 따야 10년 취직 보장”



 -왜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나.



 “대학을 나와도 전망이 없다. 회사에 들어가 봐야 월급이 적고 승진도 늦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대학 문과 졸업생(학사)의 평균 초임은 2100위안(약 37만3700원, 회사가 부담하는 각종 보험금 제외), 석사 이상은 4000위안이다. 이과는 학사의 경우 3000위안, 석사 이상은 6000위안이다.



 -왜 베이징대인가.



 “명문대를 나와야 행세를 할 수 있다. 한풀이이기도 하다. 5년 전 학력고사에서 10점이 모자라 베이징대에 낙방했다(李). 정말 억울했다. 그래서 대학원이라도 최고 대학을 가려고 하는데 지난해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목숨 걸고 공부하고 있다.”



 -샤먼과 푸저우대도 명문대학인데.



 “모르는 소리다. 중국에서 베이징대와 칭화대 같은 10대 명문을 못 나오면 좋은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 거기에 반드시 석사나 박사를 해야 최소한 10년 일자리가 보장된다.”



 -결혼도 안 했는데 동거하나.



 “뭐가 문제냐. 서로 사랑하고 금전적으로 절약되지 않나. 공부하는 데도 서로 도움을 받고. 베이징에 있는 외지 대학생 30% 이상은 동거를 한다.”



 -친구들도 대학원 진학을 꿈꾸나.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다 그렇다. 보통 대학 3학년부터 입시준비를 한다. 국내에서 안 되면 석사 따려고 해외로도 많이 나간 다.”



대졸 실업률 30% … 4명 중 1명 대학원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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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학력 덫에 빠진 중국의 현실이다. 지난 30년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대학생 수는 급증했지만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은 데 따른 부작용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6200달러인 중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한국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에는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일자리가 대학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 자녀 정책으로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 온도가 급상승했다.



 숫자가 말한다. 2002년 한 해 140만 명 정도이던 대학 졸업생이 올해 699만 명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경제규모(GDP)가 2조 달러에서 8조 달러로 네 배 커진 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수치다. 대학원 응시생은 2002년 62만 명에서 올해 180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대학원 정원은 50만 명 정도다.



 게다가 평균 10%대에 달하던 2000년대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8%에 이어 올해도 7.5%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학 졸업생 실업률은 9.3%로 전국 평균 실업률(4.1%)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원 진학이나 일용직 취업을 취업자로 계산한 것이어서 이들을 제외하면 실업률은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해 취업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 2월 중국의 취업 조사기관이 자국 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원 응시생 81%가 “직장 문제 때문”(교육컨설팅 마이코스 조사)이라고 답하고 있다.



 딩다젠(丁大建) 런민대 취업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사회가 이미 학력이 사회발전에 공헌하지 못하고 짐이 되는 고학력의 덫에 빠졌다”고 단언한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대학 정원 증가가 경제성장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됐으며 학벌 중심의 사회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말이다.



 대학 경쟁력 저하와 부패도 학생들을 대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5년과 98년 각각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대학 부패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시스템 결여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한 자녀 정책 따른 높은 교육열도 한몫



칸카이리 유뎬(郵電)정보대학 정보연구소장은 “중국 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학문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부패가 만연해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에 효율적으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졸업생에 대한 기업의 불신이 적지 않다. 베이징 정보통신 산업지구인 중관춘(中關村)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쉬링보(徐凌波) 사장은 “실력을 갖춘 학사 졸업생은 찾기 힘들고 그나마 석사나 박사가 좀 낫다. 그러나 이들도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고학력 실업이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천위줘(陳玉琢) 교육평론가는 지난해 시안(西安) 정치학원(정치대학원)이 주최한 ‘대졸 실업문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대졸자들의 실업이 늘면서 노동현장과 일용직에 종사하는 ‘대졸 농민공’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이는 사회불만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가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무원은 국유기업 일자리를 늘리고 농촌교원 일자리 프로젝트, 대학졸업생을 촌급 행정단위 말단 관리로 채용하는 촌관제도 확대 등 조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매년 600만 명 이상씩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의 일자리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 댜오쓰족



중국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없는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 남자의 성기를 의미하며 사회적 패배자라는 의미의 루저(loser)에 가까운 뜻이다. 직장은 물론이고 여자친구도 없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은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블로거인 리이(李毅)가 지난해 초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을 표현하면서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 졌다.



◆ 산훈(閃婚)



중국 젊은이들이 번개처럼 결혼한다는 의미로 심사숙고 없이 편의에 따라 결혼하는 세태를 꼬집는 말. 최근 중국 대학생들이 치솟는 방 임대료를 분담하기 위해 동거가 유행하면서 유명해졌다. 지방에서 대도시로 유학하는 학생 상당수가 동거를 선호하고 있어 산훈의 또 다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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