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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색깔있는 빈방, 여행자들 꿈으로 엮었죠

중앙일보 2013.05.06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에어비앤비’ 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방한 기간 서울의 한옥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천장이 낮아 자꾸 머리가 닿는 한옥에서 한국의 맛을 느낀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세 청년이 빈방 공유 사이트를 열었다. 전 세계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과 숙박을 원하는 사람을 중계하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든 솔직한 이용후기를 볼 수 있게 했다. 기존 숙박업에 공유의 개념과 IT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6년간 192개국 3만5000여 개 도시 30여 만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됐고, 자그마치 400여 만 명의 여행자가 이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요즘 ‘창조관광’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에어비앤비’(Airbnb) 얘기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5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로 추정된다.


‘에어비앤비’블레차르지크
숙박업에 공유·IT기술 결합
천장 낮은 한옥 숙소 “이 맛”
은퇴자들 방 내주고 여행도

 지난 2일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31)를 만났다. ‘서울디지털포럼 2013’ 참석차 방한한 그는 “창조는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고 했다.



 -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디자이너 브라이언 체스키(32), 조 게비아(32)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다가 2007년 나 혼자 방을 빼게 됐다. 두 친구가 궁한 방세도 해결할 겸 빈방에 민박을 쳤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디자인콘퍼런스 참석을 위해서 나이도 성별도 다른 각 지역 디자이너가 모여들었다. 침대가 모자라 에어매트리스를 내줘야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다들 돈독한 사이가 됐다. 돈도 벌고 우정도 얻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듬해 정식으로 ‘에어비앤비’를 론칭했다.”



 - 기존 숙박업과 다른 점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선 여행자끼리만 어울리게 된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등록된 집의 80%가 실제 주거공간이다. 방문만 열면 현지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집주인과 함께 지내는 경우, 주인장의 시각으로 여행지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를 통해 친구도 사귈 수 있다. 정해진 관광루트를 벗어나되, 믿을 만한 가이드와 함께 ‘안전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 등록된 숙소가 매우 다채롭다.



 “예산,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무한하다. 평범한 아파트부터 외딴 섬, 이글루, 고성(古城)도 있다. 개인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나무집을 좋아한다. 그 집 아버지가 아이들이 어릴 때 나무 위에 만들어준 오두막이다. 대학생이 된 아들이 재미로 그걸 에어비앤비에 올렸는데 30개국 1100명한테서 연락이 왔다. 여기에 자극받은 아버지는 동네에 나무집 짓는 전문가로 변신했고, 한적한 교외 동네는 관광명소가 됐다.”



 - 에어비앤비가 집주인에게 주는 영향도 큰 것 같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집주인들은 1년에 평균 42일, 그러니까 한 달에 사흘 꼴로 방을 빌려주고 연간 5800달러(약 630만원)를 번다. 기존의 잉여 자산이 튼실한 소득원이 된 것이다. 또 에어비앤비의 집주인은 대부분 나이든 은퇴자들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면서 그들은 새로운 노후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여행자에게 방을 내주고 숙박료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 앞으로 계획은.



 “겨우 걸음마 단계다. 할 일이 정말 많다. 에어비앤비 숙소들은 관광지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지난 11월엔 현지인이 직접 숙소 주변 예술·밤문화·카페 등 명소를 상세히 소개하는 서비스(네이버후즈)도 시작했다. 이젠 원하는 숙박 환경까지 고를 수 있게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집주인의 신분증을 인증하는 제도도 차차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 관광업계에 대한 조언을 청하자 블레차르지크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한국만의 ‘맛’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번 방한 기간 묵는 숙소를 예로 들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경복궁 근처 한옥을 예약했습니다. 천장이 낮아 자꾸 머리가 닿는 것도 재밌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들은 동네 목욕탕 얘기도 신선했어요. 내가 진짜 한국에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한국의 ‘맛’이란 이처럼 사소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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