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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로다주’를 영접하라

중앙선데이 2013.05.04 00:04 321호 21면 지면보기
‘로다주’. 하도 사방에서 로다주, 로다주 해서 뭔가 했다. 축약어나 별명 잘 만들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 네티즌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그가 주연한 영화 ‘아이언맨3’가 폭발적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 열흘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역대 외화 흥행 사상 ‘아바타’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넘을 두 번째 영화가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4월과 5월은 영화인들이 ‘아무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도 꽃구경을 이길 수 없다’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보릿고개다.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했지만 산으로 들로 놀러 나간 사람들까지 불러들일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컬처# : ‘아이언맨3’ 흥행의 사회학

게다가 ‘아이언맨3’는 시리즈 세 번째다. 어지간한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도 회를 거듭할수록 ‘약발’은 떨어지게 마련. 사실 ‘아이언맨3’도 각각 430만, 450만 관객을 동원한 1, 2편에 비해 독보적인 부분은 딱히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지난 달 28일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한국 흥행이 할리우드를 빼면 영국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세계 2위다. ‘아이언맨3’의 해외 흥행 수입 중 10%가 한국에서 나온다.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수퍼맨·배트맨·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할리우드 ‘맨’ 시리즈의 주 관객층은 20∼30대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언맨’도 겉으로 보기엔 그럴 것 같다. ‘맨’ 시리즈(인간이 수퍼 파워를 갖게 된다)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슈트를 입고 로봇으로 변신한다)를 결합한 듯한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들이 어린 시절 로봇 놀이에 대한 추억을 소환한 걸로만 보기엔 폭발적 흥행이 전부 설명되진 않는다.

열쇠는 로다주가 쥐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로다주와 최근 한국에 불고 있는 ‘꽃중년’ 혹은 ‘미중년’ 현상의 결합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965년생, 올해 48세다. 하지만 로다주를 ‘영접’하는 여성들의 반응은 꽃미남 아이돌에 대한 그것과 별 차이 없다. ‘로다주느님(로다주+하느님)’이나 ‘로멘(로다주+아멘)’등의 유행어를 보고 있자면 지난해 ‘007 스카이폴’의 주연 대니얼 크레이그(45)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크레이그 역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중년 배우다. 특히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섹시함을 자아낸다고 해서 ‘슈트 포르노’로 불릴 정도다. 인터넷엔 영화 속 양복 입은 장면을 동영상 이미지로 만든 ‘슈트 움짤’이 돌아다녔을 정도다.

두 중년 배우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의미의 미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목구비가 눈이 확 뜨일 정도로 남다른 것도, 체격이 유난히 훤칠한 것도 아니다. 남성 호르몬이 뚝뚝 흘러 넘치는 쪽도 아니다. ‘스카이폴’에서 크레이그는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 뛰어다니는 게 힘겨워 보일 정도로 연로함(?)을 드러낸다. ‘아이언맨3’에서 로다주는 나쁜 놈들에게 번번이 로봇 슈트를 빼앗기고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들의 ‘곱게 나이든’ 듯한 중후함, 가부장적 완고함이 아닌 부드럽고 순정파적 면모에서 남성미를 느낀다. 남성미의 정의와 시대적 맥락이 변한 것이다.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는 천방지축 제멋대로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페퍼(귀네스 팰트로)라는 여성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페퍼가 위험에 처하자 결정적 순간에 온몸을 던진다. 크레이그가 섹스 어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역대 본드들의 기름진 듯한 바람둥이 이미지와 반대인,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상처를 지닌 순정 마초의 이미지 덕분이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현실에선 그런 중년 남자들과 마주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얘기만 목청 높여 떠드는 일방통행식 매너, 부와 지위를 은연 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속물적 태도 등에 대해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꽃중년이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걸로 이뤄지는 건 아니란 얘기이기도 하다. ‘아이언맨3’를 얼마 전 보고 돌아온 지인(30대 여성)의 반응에서 다시금 이를 실감했다. “로다주 보고 나서 사무실에 출근하려니 우울해요.” 참고로 그의 직속 상사는 부정적 의미의 전형적인 한국 중년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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