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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정책 페이퍼’로 타이밍 맞춰 공격적 마케팅

중앙선데이 2013.05.04 23:30 321호 4면 지면보기
에드윈 퓰너 박사는 1973년 9명으로 시작된 헤리티지재단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발전시켰다. 지금은 255명 규모에다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책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70년대 초 워싱턴 정가에서 생소했던 ‘정책 페이퍼’를 만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발전 비결은 뭘까.

헤리티지재단의 성장 비결은 …

 -36년간 헤리티지재단을 이끈 경영 철학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만든 ‘퓰너 룰(Feulner rule)’이란 경영원칙을 따랐다. 싱크탱크라고 하면 아이디어만 다룬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재정 관리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가 된 비결은.
 “우리 연구 보고서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바쁜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간결해야 한다. 둘째, 객관적 사실과 우리의 결론을 구분한다. 사실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모두 넣었다. 셋째, 타이밍(적시성)이 중요하다. 어떤 사건이 터진 뒤 한참 후에 보고서가 나오면 곤란하다.”

 -한국에서도 헤리티지 같은 싱크탱크가 나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리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60여만 명의 개인이 후원한다. 기업 기부금은 예산의 0.05%를 넘지 않는다. 정부 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보도 출처가 다양할 때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국의 비정부기구(NGO)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다면 진정한 NGO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헤리티지가 추구해온 가치는.
 “자유기업,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강한 국방, 미국의 전통 가치 등 다섯 가지다. 미국의 전통가치는 연방제를 신봉하는 것이다. 가족을 핵심 단위로 본다. 가족과 개인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서로의 권리를 상호 존중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미국 보수의 대가’란 평가를 받아왔는데, 정치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한국에 조언을 해준다면.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를 넘어 통합을 위해선 가치 공유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정치권의 근간이 되는 헌법에 핵심 가치를 담고 헌법 해석은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한다. 헌법이 공통분모 역할을 한다. 한국은 공유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40∼50년 전에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해방과 전쟁 이후 ‘재건’이란 공동 목표가 있어 국민의 결집력이 강했다. 지금은 정치권·재벌 등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한국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가 문제를 복잡하게 하지만 교육을 통한 미래 투자를 하면 화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정치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치인들이 정책 면에서 견해가 서로 달라도 상대방을 인신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퓰너 룰’에 따르면 정치는 덧셈과 곱셉이지 뺄셈과 나눗셈이 아니다. 내 아이디어를 관철하려 상대를 공격하지 말고 내 아이디어의 장점을 부각시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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