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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 김 산업 규모 연 1조원…연구 여건 너무 빈약”

중앙선데이 2013.05.04 23:41 321호 6면 지면보기
전라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2008년 해남 앞바다에서 특이하게 성장이 빠른 토종 김 종자를 발견했다. 일반 김은 평균 40㎝까지 자라는 데 반해 이 종자는 평균 80㎝까지 자랐다. 성장속도도 일반 김보다 빨라 한 해 7~10번까지 수확이 가능했다.

생산량 1.5배 수퍼 김 ‘해풍 1호’ 개발한 김동수 박사

과학원 측은 양식이 가능할지를 살피는 연구에 착수했다. 2년여 뒤인 2010년 3월, 연구 2년여 만에 양식에 성공했다. 이 토종 김에 ‘전남 수퍼김 1호’란 이름을 붙였다. 나중에 ‘해풍 1호’로 이름을 바꾼 이 김은 지난해부터 전국 김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해남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양식되고 있다. 현재 해남지역의 김 양식자 가운데 60%가량이 이 김을 키운다.

이 김을 개발한 김동수(57ㆍ사진) 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소장은 2일 “해풍 1호는 생산량이 기존 김의 1.5배 이상이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며 “가격도 종자 1g당 5만원으로 일본산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력이 있는 토종 김에 국내 기업도 관심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이 김을 원초로 한 조미김 ‘햇바삭 토종김’을 출시했다. 이 회사 이정(30) 브랜드매니저는 “순수 우리 종자를 사용한 만큼 도톰함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라며 “올해 미국에만 150억원어치 이상의 조미김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대미 조미김 수출액 규모는 90억원 선이다. 다음은 김 지소장과 일문일답.

-‘해풍 1호’ 개발 동기는.
“2012년부터 김 같은 양식 해조류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적용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김 종자의 원산국에 로열티를 내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식되는 김의 대부분이 일본산 원초를 사용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중 해남의 한 양식장에서 성장성이 뛰어난 김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를 토대로 다른 양식장에서도 키울 수 있도록 엽체를 배양하는 데 2년 정도 걸렸다.”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큰가.
“지난해 해남지역에서만 350곳의 어가(漁家)가 해풍 1호로 김 양식을 했다. 예상소득은 452억원 정도다. 적어도 20~30% 가까이 김 양식자의 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가격은 종전보다 조금 더 싸진 것 같다.”

-해남 이외 지역에는 보급되지 않았나.
“전북과 충남 일부 양식장에서 해풍 1호를 가지고 양식장을 꾸린 것으로 안다. 김도 생물인 이상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해풍 1호는 해남이 고향인 만큼 아무래도 이 지역에서 재배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양식할 수 있도록 적응성을 높인 2세대 수퍼김의 시험양식 같은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의 새 품종을 연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해조류 관련 산업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규모가 크다. 조미김만 놓고 봐도 4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시장에 참여한다. 전국 각 어촌의 생산자부터 마른김 가공업자처럼 김과 연관된 이들을 생각해 보면 조미김 관련 산업 규모는 연간 1조원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연구여건은 너무 빈약하다. 서울대에도 해조류 관련 연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 시장 규모에 걸맞은 연구여건이 갖춰져야 해조류 국부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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