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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팔고 떠나라’는 월가 교훈 맞을까

중앙선데이 2013.05.05 01:29 321호 23면 지면보기
요즘 증시가 연초 부진에 이어 또 다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이미 식상해진 엔저와 북한의 핵 위협, 외국인 매도까지 주가 조정의 이유는 많지만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조정 시 저가 매수’를 주장해 왔다. 물론 선진국 증시의 상승장 속에서 혼자 외톨이가 된 한국 증시는 가치 측면에서는 평균보다 저평가된 것도 사실이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동결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1분기 기업 실적이 속속 발표됐다. 그동안 투자자의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주던 기업가치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해외수주로 버텨오던 건설업체의 실적 악화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공포 수준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구리 가격이 금만큼 폭락한 것은 이변
글로벌 금융시장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값 폭락으로 연초 예상한 시나리오와 상당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연초만 해도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봉합되고 미국 연준의 3차 양적 완화에 일본까지 가세, 이런 유동성을 배경으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투자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유럽 재정위기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와 포르투갈·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상환을 7년 연장한다는 기대로 안정을 찾았다. 일본의 양적 완화는 구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의 취임 후 더 거세져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나 4월 중순 미국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1분기 성장이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약화됐다. 물가상승 기대는 상당히 낮아졌고 채권금리 상승이 주춤한 상황에서 금값마저 폭락한 반전이 나타난 것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금융시장의 흐름을 논리적 맥락으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완만한 경기회복이 진행 중이고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글로벌 유동성 확장이 지속한다면 현재 주가만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어야만 했다. 그러나 경기를 예언한다는 구리박사(Dr. Copper)로 알려진 동 가격이 금만큼의 폭락은 아니더라도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글로벌 주가 급락 때의 저가 수준에 근접했다.

글로벌 수준의 경기후퇴는 아니더라도 본격 회복과는 거리가 있는 부진한 경제 상황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글로벌 수준의 경기부진, 주가조정, 초저금리, 원자재 가격 급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본격적인 회복을 앞둔 시장의 일시적 후퇴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가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 없이 유동성의 힘만으로 자산가격을 상승시킨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문제다.

펀더멘털 개선 없는 자산 상승이 걱정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2011, 2012년의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여기에 채권과 원자재 시장조차 가격 변동이 제한된 범위에 머물러 2013년 시장의 관심사는 변동성 확대에 집중됐다. 현재 자산시장을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첫째, 경기사이클 수축 기간에 발생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제한된 것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채권과 금이 동시에 강세였던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두 자산은 기대 인플레이션에 따라 상반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게 통설이다. 정상적인 경기 사이클을 고려하면 현재 완만한 경기회복에 따른 낮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금값 하락과 채권 강세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은 결국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의 기반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반전될 수 있다. 유동성에 바탕을 둔 주가 상승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실적을 동반한다면 지속 가능한 상승이 될 수 있다.

셋째, 현재 자산시장 전반의 사이클은 양적 완화로 일부 왜곡이 있지만 회복 중이다. 확장 구간에 진입하기 전에 나타나는 경기 방어주와 경기 민감주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거나 가격 교차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분류에 따른 제약·식음료·유틸리티 업종의 과열 여부를 검토해 경기가 좋아질 때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IT와 산업재를 중심으로 한 경기 민감재의 실적 개선 여부도 확인해 턴어라운드 업종과 종목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넷째, 시장의 수급과 계절성을 고려할 때 2분기는 ‘Sell in May, Go away’(5월에는 팔고 떠나라)라는 월가의 격언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전통적인 순환적 주가조정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국 증시는 7월 첫 주까지 이어지는 외국계 뱅가드 펀드의 4조원 규모 매도 물량이 남아 있어 당분간 상승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투자의 기본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 기회를 2분기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네 개의 단어가 있다. 이른바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것인데 반대로 해석한다면 수익을 키우는 기준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This time is not different)’라는 믿음이다.

시장의 부침은 언제나 경기순환과 궤를 같이한다. 자산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는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가 전망된다. 과거에도 경기회복 초기에 자산시장은 투자자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조정기간을 거친 게 일반적이었다.

경험 있는 투자자에게는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 시장조정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과거의 교훈에서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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