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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개성공단 문은 닫았지만 자물쇠는 안 채웠다

중앙일보 2013.05.04 01:44 종합 3면 지면보기
3일 오후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우리 측 관리인원 7명이 북한과의 실무협의를 마무리하고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귀환했다. 홍양호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왼쪽 둘째)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7명 전원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 됐다”며 귀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개성공단이 완전히 멈춰섰다. 개성공단에 체류 중이던 7명의 우리 측 관계자가 3일 전원 귀환하면서 공단엔 남측 인원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개성공단은 이로써 2003년 착공한 지 10년 만에, 2004년 12월 가동한 지 9년 만에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최후 7인 귀환 … 착공 10년 만에 정지
정부, 폐쇄 아닌 '잠정중단' 표현
단전·단수 조치도 취하지 않아
7일 박근혜·오바마 회담이 분수령



 정부는 그러나 개성공단과 관련해 ‘폐쇄’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잠정 중단’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됐지만 다양한 형태로 우리 측의 요구를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남아 미수금 협상을 벌이다 이날 귀환한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직후 “(북한과) 협의과정에서 입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단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며 “향후 이를 위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공단에서 생산한 완제품과 자재 등을 들여오려 했다. 그러나 북한 측의 완강한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양측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이 문제를 추가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공단 문은 잠겼지만 자물쇠까지 채우진 않은 셈이다.



 정부도 개성공단에 대해 청산 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 현상을 유지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기와 용수를 끊는 방안까지 검토하다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단 협상에 관여했던 한 당국자는 “공단 재가동까지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대화에 북한이 응하고, 공장 가동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 언제든 공장은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공단 폐쇄라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정상화를 위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남북대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단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다. 북한이 공단 시설물을 몰수하거나 시설물들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한이 시설물들을 일방적으로 몰수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공장의 특성상 가동을 중단할 경우 시설물 훼손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가 문제다. 123개 입주기업은 6000억원에 가까운 설비를 투자했고, 정부 역시 도로 포장 등에 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역시 “공단이 문을 닫을 경우 모든 책임은 남한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공단 폐쇄를 바라진 않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이 남은 물품 반출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 차량의 통행을 허용할 경우 개성공단 정상화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고수석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대화파로 분류되는 통일전선부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며 “유화조치를 취할 명분을 남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파들이 강경파인 군부를 상대로 개성공단 재개를 건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을 향해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가 개성공단 운명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장세정·정용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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