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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아동학대 논란 제천 영육아원

중앙일보 2013.05.04 01:25 종합 8면 지면보기
충북 제천 J영육아원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이들을 독방에 가두고 생마늘을 먹이는 등의 학대를 일삼아온 것(본지 5월 3일자 14면)으로 지목한 충북 제천의 J영육아원은 분위기가 무거웠다. 3일 오후 제천시 고암동 기찻길 옆에 있는 시설에 들어서자 3개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박모 원장은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사무동 3층에 거주하는 미국 선교사 출신 이사장(76·여)은 말없이 문을 닫았다.


체벌 없고 음식 제공 만점
복지부 평가 두 차례나 A
2007, 2010년 최우수 등급 받아

 이 시설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두 차례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J영육아원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이 9년째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사회복지지설의 질을 올리기 위해 2004년부터 본격적인 평가를 시작했다. ▶아동의 권리 ▶시설 및 환경 ▶재정 및 조직운영 등 다섯 가지 분야 100여 세부항목을 따진다. J영육아원은 2007, 2010년 평가에서 다섯 등급 중 최고인 A를 받았다. 특히 2010년 평가에서 체벌 금지와 관련해 4점(만점)을 받았다. 직원들한테 체벌 금지 서약서를 받고 체벌자 처벌 규정을 두는 등 다섯 가지 항목에서 4점을 받았다.



 정부 평가대로라면 아동학대가 벌어질 리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복지부의 평가는 266개 아동복지시설의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지자체 공무원, 교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3명이 현장 평가를 한다. 하루 만에 100여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후 중앙평가단 평가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일도 거의 없다. 복지부 노정훈 사회서비스자원과장은 “인권위는 몇 달 관계자를 면담하면서 조사하지만 복지시설 평가는 환경이나 시설의 사실 확인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며 “평가를 통해 아동학대를 잡아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1차 관리 책임은 제천시에 있다. 시와 충북도 재원으로 J영육아원에 연간 12억원의 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한다. 제천시는 2010년 J영육아원에 언어폭력, 종교생활 강요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이 없어 큰 문제가 아닌 걸로 봤다는 게 제천시의 설명이다. 2011, 2012년 점검 때는 아동을 면담하지 않고 점검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 제천시 김기숙 여성정책과장은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이 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영육아원 출신들은 이번 인권위 발표가 무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퇴소해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백모(20·여)씨는 “인권위가 절도·학교폭력 등으로 중도 이탈한 원생들을 중점 조사했다”며 "이들이 불만을 품고 음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J영육아원은 H사회복지법인 소속이다. H법인은 2004년 정부 허가를 받아 아동보호전문기관(충북도가 올해 3억1200만원 지원)을 만들었다. 이 기관은 제천·단양·충주 지역 아동학대를 감시한다. 전국 46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하나다. J영육아원 출신 교사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팀장으로 근무한다. 그는 인권위 조사에서 애들에게 마늘을 먹이고 독방에 수용한 것과 관련,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기관과 J영육아원이 다른 시설이긴 하지만 소유주가 같아 제대로 아동학대를 조사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인권위도 복지부에 이를 시정하라고 주문했다.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 10년간 개원 금지=복지부는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잇따르자 아동학대 사실이 적발돼 자격을 잃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길게는 10년 동안 재개원하거나 재취업을 할 수 없고,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신고 포상금을 늘리고 보육시설 교직원 윤리·인성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제천=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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