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헌 vs 호헌 … 헌법기념일에 둘로 갈린 일본

중앙일보 2013.05.04 01:08 종합 12면 지면보기
평화헌법 시행 66주년을 맞은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맞아 일본 전체가 개헌 찬성과 반대로 쪼개졌다.


시민단체·정치권·언론 …?
찬성·반대로 쪼개져 설전

 3일 오후 도쿄 신주쿠(新宿)구 요쓰야(四谷) 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국민대회’. “현재 일본 헌법은 독립국의 헌법으로 볼 수 없다. 필리핀처럼 과거 미국 식민지의 헌법, 또는 반독립국 정도의 헌법이다. 고쳐야 한다.” 참석자 700여 명을 향해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국민회의’ 기요하라 준페이 회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줄줄이 단상에 올랐고, “너무 까다로운 헌법 96조의 개정 절차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현행 헌법(96조)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된 헌법 개정 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완화해야 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같은 시간 도쿄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선 ‘5·3 헌법 집회’라는 이름의 개헌 반대 집회가 열렸다. ‘헌법 개악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든 3000여 명의 참가자는 “개정 요건을 완화하면 정치인들이 멋대로 헌법을 바꿀 것”이라고 반대했다.



 정치권도 쪼개졌다. 자민당은 “개헌이냐, 호헌이냐를 논할 때는 지났다. 이제 어떻게 개정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담화를 냈고, 일본유신회와 ‘모두의 당’도 찬성 입장이었다. 반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 논의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도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원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요건부터 완화하자는 건 본말 전도”라고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와 마이니치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은 “개정 요건 완화는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를 바꾸겠다는 것 못지않다”며 반대론을 편 반면,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등은 헌법 개정론을 두둔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