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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보는 농업 … 고창 청보리밭 200억 경제효과

중앙일보 2013.05.04 00:56 종합 15면 지면보기
전라북도 고창군, 2013. 5


봄꽃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이 계절. 전북 고창군 공음면 황토언덕은 온통 초록빛이다. 유채의 노란빛과 어우러져 더욱 푸르다. 99만㎡ 드넓은 언덕에 빽빽이 들어박힌 청보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사에 지친 가슴은 이내 후련해진다. 햇살은 아직 여물지 않아 부드러운 이삭을 간질이고, 봄바람에 뒤척이는 연한 보리 잎은 스스로 풀피리가 되어 제법 시원한 소리를 풀어낸다. 언제 돌아왔는지 반가운 제비들이 떼지어 보리밭 위를 스치며 “지지배배” 노래한다. 이 땅의 살아 있는 것들이 뿜어내는 풋풋한 생명력은 방문자들이 오래도록 잊고 있던 옛 노랫가락을 풀어낸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올해 슬로건은 ‘청보리밭, 그 이야기 속으로!’ 그러고 보면 보리만큼 가슴 쓰린 이야기를 간직한 작물도 없다. 끼니를 잇지 못해 햇보리가 익기를 기다리는 그 긴긴 허기를 요즘 세대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곳 ‘청보리밭 축제’는 10년을 내실 있게 이어오고 있다. 고난과 빈궁한 삶의 상징이었던 보리가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에 애틋한 고향의 향취와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10여 년 전 버려진 구릉지에 보리 씨앗을 뿌릴 때, 이곳이 단 20여 일 동안 50만 명의 인파를 불러 모을 것이라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결은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입장료 수입은 없지만 지역경제에 2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내방객 90% 이상이 지역주민이 아닌 외지 도시민들인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농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즉 경관농업이다. 그것은 먹거리 생산지에 그치던 농촌에 녹색의 풍광도 어엿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올해 청보리밭 축제는 12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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