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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콘서트 열고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 영화관 맞아?

중앙일보 2013.05.04 00:39 종합 22면 지면보기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이 영화관에선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장기하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서울대 출신의 인디가수 장기하가 들어서자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대형 스크린을 영화 대신 ‘장기하와 얼굴들’의 사진이 가득 채웠다. 히트곡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를 부른 뒤 장기하가 관객들에게 물었다. “영화관에서 하는 콘서트는 처음인데, 어때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메가박스
카네기홀과 같은 사운드 시스템
장기하 공연 “노래 듣는 맛 난다”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 HD 상영



 “노래가 훨씬 깨끗하게 들려요!” “잘생긴 얼굴이 훨씬 잘 보여요!” “저와 단둘이서 콘서트하는 것 같아요!”



 호탕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 장기하는 1부가 끝난 뒤 “모두 무대 앞으로 나오라”며 관객들을 이끌었고,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콩콩 뛰며 영화관 전체에 열기를 가득 불어넣었다.



이날 장기하의 콘서트는 메가박스 M2관에서 열렸다. M2관은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이 즐겨 찾고 국내외 주요 콘서트장에서도 잇따라 도입한 마이어사의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화제가 된 곳. 세계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밥 매카시가 직접 내한해 사운드 튜닝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영화와 콘서트 모두 최적의 음질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셈이다. 미국 카네기홀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도 이 시스템을 쓰고 있다.



 메가박스와 SK텔레콤이 공동 진행하는 ‘가능성의 상자’ 라이브박스 콘서트의 여섯 번째 무대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버벌진트·얼음연못·윈터 플레이 등 이전 공연의 성공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진 성황을 이뤘다. 친구와 함께 콘서트장을 찾은 직장인 이지윤(27)씨는 “장기하가 관객들에게 말할 땐 마치 라디오를 듣는 듯했고, 노래할 땐 소극장에서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더라”며 즐거워했다. 장기하도 “새로운 공간이라 낯설 줄 알았는데 너무 귀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공연이 정말 잘됐다”며 “앞으로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장 로비에는 은은한 클래식 흘러



영화관은 요즘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관객들이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영화관 옆 미술관’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지은(35)씨 부부는 네 살 된 딸과 함께 지난 주말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혹여 아이가 울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출입구와 가까운 맨 뒷자리를 예매해둔 터였다.



하지만 메가박스 백석점에 도착한 김씨 부부는 티켓을 발권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관 내에 위치한 ‘어린이 도서관’이었다. 딸과 함께 어린이 도서관을 찾아 전문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아이와 시간을 보낸 김씨는 30여 분 뒤 “선생님과 더 있겠다”고 말하는 아이를 놓고 맘 편히 남편과 둘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메가박스 백석점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 내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하트 모양의 종이접기에 원통형 미끄럼틀을 타고 놀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딸 서연양은 2시간 뒤 엄마·아빠가 돌아오자 직접 만든 색종이를 선물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영화관에서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티켓 뽑는 곳도 은행 창구처럼 편안하고 전체 분위기도 차분해서 아이와 함께 자주 오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메가박스가 국내 영화관 최초로 선보인 어린이 도서관 서비스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직원들의 고민에서 나왔다. 이종태 기술지원팀장과 서명호 뉴컨텐트팀장 등 직원들은 건축가 김호민(폴리머건축사무소장)씨와 함께 수개월간 머리를 맞댔다.



백석점 ‘허니비라운지’에 마련된 원통형 미끄럼틀. 아이들이 2층 도서관에서 타면 1층 로비로 내려올 수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벌집 모양의 좌석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허니비 라운지’, 로비에 마련된 미끄럼틀, 앉아서 표를 찾는 ‘은행형’ 매표소, 상영관 내부의 자리 표시등, 관객의 눈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LED 조명 등은 작은 배려가 돋보이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로비에서도 시끄러운 음악과 알록달록한 네온사인 대신 은은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게 했다.



 이 팀장은 “처음부터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쉬고 싶은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명호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도 수시로 현장을 찾아 고객들의 반응과 요구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백석점의 박지훈 매니저는 “가족 단위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이달 말 야외극장이 문을 열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피크닉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앉아서 표 찾는 ‘은행형’ 매표소 눈길



 영화관의 변신은 내 집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을 갖춘 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술작품과 발레·오페라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 3월 발레리나들에게 발레에 대해 배우고 발레공연도 함께 보는 ‘올 댓 발레’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코엑스점 등 영화관의 일부 공간은 갤러리로 활용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메가박스의 또 다른 야심작은 바로 ‘영화관에서 만나는 오페라’다.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실황 공연을 국내 극장에서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는 ‘메트오페라 2013 시즌’은 이미 오페라 매니어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메트오페라는 최첨단 무대장치와 함께 세계 최고의 가수가 펼치는 오페라 공연을 고화질(HD) 생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하기 위해 평균 10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하기로 유명하다. 실제 공연티켓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6개월 전부터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이 공연은 매번 미국과 캐나다·유럽 등 전 세계 54개국 1700개 영화관으로 송출된다. 영화관 관객들은 실제 공연장에서 10여 대의 카메라가 잡아낸 영상을 보며 가수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메가박스는 코엑스점과 센트럴점·킨텍스점·목동점 등 4곳에서 ‘템페스트’(5월 18일)를 비롯해 ‘티토 황제의 자비’(6월 8일), ‘가면무도회’(6월 29일), ‘아이다’(8월 3일), ‘마리아 스투아르다’(9월 7일), ‘리골레토’(9월 28일),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11월 2일) 등의 세계적인 오페라 작품들을 잇따라 상영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여환주 대표는 “이젠 단순히 영화만 보여주는 영화관으로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영화를 포함해 모든 고품격 문화 콘텐트를 한곳에 모아 관객들에게 최적의 휴식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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