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낫한 스님 10년 만에 방한
세계적 명상 수행자
'깊은 경청의 시간 만들길"
2일 기자간담회 자리. 틱낫한은 그런 이력에 걸맞게 분노, 고통, 두려움, 이런 단어를 자주 썼다. 상대방의 고통에 찬 비명을 경청하고 공감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우리 주변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졌다.
남북한간 갈등 해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남한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국제 역학 관계나 명분 따위를 따지는 정치적인 게 아니었다.
그는 “한국 사회 안에서 깊은 경청의 시간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함께하는 자리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의 말을 들어보라”는 게 스님의 주문이었다. 자신의 고통을 털어 놓는 사람은 상대방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화를 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잘못된 얘기를 해도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상대방이 나의 고통을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면 내가 느끼던 고통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런 게 그의 논리였다.
틱낫한은 “이런 식으로 남한이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를 갖게 되면 그 다음 두 번째 발걸음,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 실업자 문제를 묻자 “젊은 수행자 중에 돈, 차, 휴대전화, 컴퓨터는 물론 은행계좌도 없는 사람이 많다”며 “행복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서는 “잠시 왔다갈 뿐인 순간의 감정 때문에 훨씬 큰 존재인 자신을 죽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해 보였다. 도움 없이 혼자서 꼿꼿이 걸었다. 수줍은 듯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불교 수행의 장점을 설명했다. 언론인부터 차분하고 고요해야 뉴스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며 명상 수행할 것을 권했다.
신준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