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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연봉 공개되면 위화감 … 정년연장, 노사 임금 갈등 부를 수도”

중앙일보 2013.05.01 01:23 종합 4면 지면보기
“대기업 회장의 연봉이 신문 1면을 장식하면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게 뻔하다.”


기업, 경제민주화법 후폭풍 걱정

 대기업과 소속 임원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규제 종합판이 국회 본회의 및 법사위를 통과하자 대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김모 전무는 탄식했다. 그는 등기임원 보수 공개에 대해 “(경영자 보수를)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경영’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원보다 수백 배를 더 받아간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보수 공개가 확정되면 현재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연봉 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등기임원에서 빠지면 보수를 공개할 의무가 사라진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되면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 통제권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법안 취지는 유명무실해진다. 대주주 책임경영도 오히려 퇴색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상호 산업정책팀장은 “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대신 경쟁력 있는 해외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자 일본계 유통업체가 부산·경남지역 상권을 잠식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 팀장은 “중소기업의 75%는 2·3·4차 협력업체와 거래한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법무팀 등이 없기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 확대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 60세 법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기업 현실을 외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조정을 전제하지 않아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 조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유출로 중대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업체에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매기는 법안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사고 사실 은폐를 부추길 것”이란 걱정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의 우려를 불식시켜줄 만큼 국회가 이 법안들을 면밀히 검토해봤는지 의문”이라며 “추경과 연계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 등을 감안하면 결국 정치 논리로 경제를 재단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성대 김상조(경제개혁연대 대표) 교수는 “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재계는 기존의 관행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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