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는 위자료 청구 자격 없다

중앙일보 2013.05.01 00:55 종합 13면 지면보기
올빼미, 붉은 다람쥐, 북해 바다표범, 검은머리물떼새, 황금박쥐, 도롱뇽, 개. 이 동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행동 때문에 죽거나 서식지가 파괴되는 피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이 배상금이나 위자료를 청구할 법적 권리가 있을까?


실수로 죽은 개, 주인만 보상
대법 "동물 권리 인정 안 돼"

 국내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1년 애완견 2마리를 위탁한 김모(25·여)씨가 실수로 이 개들을 안락사시킨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보통 개는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보고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말 소중한 물건이라면 그 물건의 손실로 본 소유주의 정신적 피해 배상 정도가 추가된다. 하지만 김씨는 재산피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대신 “개들이 죽을 때 극심한 고통을 당했을 테니 그에 대한 위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마리당 200만원씩, 또 본인 위자료 600만원까지 모두 1000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동물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그 같은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개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신 “김씨가 재산피해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기르던 개의 죽음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는 점을 참작해 위자료 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김씨의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전에도 동물을 원고로 하는 소송이 몇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모두 원고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천성산 도롱뇽 소송’이 대표적이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를 막으려던 ‘도롱뇽과 친구들’(대표 지율 스님)은 도롱뇽을 앞세워 공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김씨 사건과 똑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외국에서는 동물을 포함한 자연의 원고 자격을 인정한 사례가 몇 번 있었다. 미국의 유명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은 1972년 디즈니사가 캘리포니아주 세쿼이아국립공원에 위락시설을 짓도록 허가해 준 미국 산림청을 상대로 공사금지명령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지역 나무들을 대신해 클럽이 원고로 나선 결과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각하됐다.



  일본 역시 95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아마미 섬 주민들이 야생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낸 이후 여러 차례 동물들의 권리소송이 제기됐지만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최현철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