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철저하게 규명하라

중앙일보 2013.05.01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한 데 이어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국내 정치, 나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 수사가 국가를 대표하는 정보기관의 턱밑까지 다가섰다는 점에서 국정원 의혹은 이제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그제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 개입 행위를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어제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내부 지시·보고 문건과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이종명 전 3차장→원 전 원장. 예상보다 조사 속도가 빠르고, 수사 방향도 ‘조직적 개입’ 의혹으로 직진하고 있다. 검찰이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두 번째다. 검찰이 진상 규명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건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경찰에서 정치 관여 혐의로 송치한 국정원 직원 등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단 것이 원 전 원장 등 지휘부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여부다. 특히 원 전 원장 재임 당시 4대 강 사업,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에 관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가 어떤 의도로,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됐고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 원 전 원장 측은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은 고유업무인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정치 개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혹과 해명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검찰로선 가능한 모든 단서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수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국정원법 제9조는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이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위해 정치에 개입했던 과거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초대 이종찬 원장부터 9대 원 전 원장까지 역대 9명 중 6명이 정권이 바뀐 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다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진상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더욱이 대선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은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오직 사실과 법리에 따른다는 원칙을 한순간도 잊어선 안 된다. 또 공직선거법 상 공소시효 만료가 50여 일 앞(6월 19일)으로 다가온 만큼 수사 고삐를 조일 필요가 있다.



 또다시 국정원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는 건 아닌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주 대검 중수부 현판을 내리며 검찰이 다짐했던 ‘수사 중립성·공정성 확보’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검찰은 한 점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실체적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