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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5년 새 2.5배 늘어 업체 난립 … 일부는 ‘수용소’ 수준

중앙선데이 2013.04.28 01:10 320호 14면 지면보기
장기요양서비스는 노인 복지의 중심축이다. 그간의 성과도 상당하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수혜 대상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요양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장기요양 서비스에 연 3조원의 돈이 들어가지만 돌봄을 받는 노인과 요양원을 비롯한 서비스 제공자, 현장에서 뛰는 요양보호사의 불만도 팽배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5년 … 중간점검 해보니

먼저 요양원의 부실 운영이 지적된다. 경북 고령에 사는 고모(45·여)씨는 지난해 여름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요양원에 한동안 모셨다가 크게 후회했다. 고씨는 어머니를 3년간 집에서 모셨는데 병세가 악화되고 집안 사정도 여의치 않아 요양원을 찾았다. 처음 2~3개월은 주 1회, 이후에는 월 1회꼴로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엉덩이와 등에 욕창이 생기고 피부가 심하게 말라 있었다. 사무실에선 ‘별문제 아니다’라고만 했다. 요양보호사에게 슬쩍 물으니 ‘원장이 요양보호사 월급을 30% 이상 깎고 결원이 생긴 요양사도 충원하지 않아 노인들이 거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한 명이 20명 가까이 돌보고 하루 3교대도 제대로 안 돼 밤에는 노인들이 화장실에 못 가 그자리에서 대변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고씨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지만 불효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라고 말했다.

본인부담금 깎아주며 출혈 경쟁
26일 찾은 서울 양천구 Y 요양원. 상가건물 3~4층에 자리 잡은 곳이다. 수용 인원은 9명. 이곳에서 만난 80대의 김모 할머니는 자꾸 발가락이 아프다고 했다. 발톱 무좀이 심해져 살을 파고들 지경이다. “아프다고 해도 약도 안 줘. 오줌에 담가 보면 나을 거라고만 해.” 할머니 머리맡엔 쓰고 버린 파스가 여러 장 나뒹굴고 틀니는 플라스틱 바가지에 담겨 있었다. 오후 5시를 넘겼는데 점심 식판은 베개 옆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할머니가 “여기, 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요양보호사를 찾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김 할머니는 기자에게 자꾸 “고맙다”고 했다. “말을 붙여줬다”는 게 이유였다.

요양원의 이런 부실 운영은 운영자의 비도덕성과 함께 노인 돌봄 서비스 시설·업체 사이에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손님’을 끌기 위해 법이 정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은 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받는 비용만으로 운영하는 시설이나 업체가 적지 않아서다. 돈을 덜 쓰는 만큼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현행법상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할인하는 건 불법이다.

1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요양원 입구에 주방용품이 놓여있다. 전수진 기자 2 요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데 약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했다.
재가 서비스는 총 소요비용의 15%, 시설은 20%가 본인 부담이다. 재가·시설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민간이 담당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전체 4300여 곳 가운데 지자체가 111개, 종교단체 등 법인이 1400여 개, 개인이 2500여 개를 운영한다. 재가 시설은 1만9000여 곳 중 지자체가 155개, 법인이 4000여 개, 개인이 1만5000여 개를 운영한다.

서울에서 재가복지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T사 안모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장기요양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그로기 상태다. 수지를 맞추기 아주 어렵다. 수가는 사실상 동결돼 있다. 최근 수가를 일부 올리기는 했지만 그게 우습다. 수가는 3만9700원에서 4만24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전체 한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2등급 판정을 받은 대상자가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한도가 100만3700원인데 수가만 올리고 한도는 그냥 두니 전체 서비스 시간만 줄어든다.”

요양원 운영자도 불만이다. 역시 시장은 혼탁하고,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한다. 서울·지방 간 시설비 차이가 있는데 수가는 그걸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구 상록수 노인복지센터 김후남 원장은 “일부 시설에서는 본인부담금을 안 받는다고 광고한다. 그런 걸 알고는 노인을 맡기는 보호자들이 ‘저기는 안 받는데 여기는 왜 받느냐. 비싸다’고 한다. 이래서는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법대로 본인부담금을 받아도 지난해 시설운영비, 요양사 급여 등을 빼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고 했다. 적자는 후원금 등으로 메웠다. 김 원장은 “차리리 본인부담금을 시설이 아니라 정부에 내도록 하고, 정부가 바우처를 만들어 이를 요양시설에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현장에서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불만은 더 많다. 요양보호사는 전국에 25만 명으로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에 불안정한 고용, 낮은 보수를 원망한다. 한 달 내내 일해도 100만원 남짓 받는다. 요양보호사들은 스스로를 ‘자격증 가진 파출부’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석명옥 회장은 “서비스를 나가 노인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집안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도 흔하고 자녀들 김치를 담가주기도 한다”며 “시설에서 근무하는 경우 3교대를 하는 곳은 드물고 보통 12시간 근무 후 교대를 하거나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 5~6명을 돌보면 제대로 할 수 있겠지만 야간에는 한 사람이 10명 이상을 돌보는 경우가 흔하다. 석 회장은 “노인 학대, 현대판 고려장이란 비난이 거세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털어놨다.

서비스 형편없는 ‘현대판 고려장’?
요양시설에 대한 평가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 업체를 격년으로 평가해 A~E 등급을 매긴다. 평가는 시설·인력 기준 같은 양적 지표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림대 석재은(사회복지) 교수는 “평가를 한다지만 현장 밀착을 통해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시설과 인력 구조 같은 정량적인 부분은 해당 업체들이 빠르게 적응한다”고 말했다. 정량 평가에 맞춰 요양시설 운영자들이 가족·친구를 요양보호사 등으로 올려놓고 기준만 맞춰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공단도 할 말은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서비스의 질 같은 정성적인 부분은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다. 전국에 지사가 있기는 하지만 2만 곳이 넘는 요양시설·재가 서비스 업체를 세세히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장호연 요양보험제도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시설 기준을 좀 낮춘 측면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지자체가 다 하려 했다면 서비스 개시도 불가능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제도 시행 이전에 전국의 요양시설은 300여 곳, 이용자는 3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요양시설만 4300곳이 넘고, 재가서비스 업체가 2만 개에 육박한다. 이용자도 30만여 명이다. 민간 진입 장벽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저런 문제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요양시설 등의 지정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체계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의료 및 재활 서비스가 추가된 주간 요양보호센터의 확대 보급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저비용 급여 확대보다 지속적인 품질관리, 고품질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대 석재은 교수는 “특히 재가서비스는 업체들이 너무 난립해 있는 데다 담합도 벌어지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해 직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고 윤리·존엄성·인성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진수(사회복지) 교수는 “우리는 치료와 돌봄 가운데 사실상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님을 시설에 입소시키면서도 동시에 일종의 죄의식을 갖는다. 입소에 버금가는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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