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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소설처럼 흥미진진했던 ‘박근혜 식탁정치’

중앙선데이 2013.04.28 03:08 320호 30면 지면보기
4월 21일자 중앙SUNDAY를 받아들었을 때 1면에 대한 첫인상은 일요일 아침에 기다렸던 손님치고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톱 사진은 우산 쓴 사람들 위로 곰팡이가 핀 것처럼 하얀 점들이 촘촘히 박힌 희미한 사진이어서 임팩트가 덜했다. 기사도 ‘협업·직거래 통한 농가 혁신바람, 판로 안정… 소비자도 15% 넘게 이익’과 보스턴 폭탄 테러 용의자 검거로 평이한 편이었다. 하지만 한 장씩 뒤로 넘기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앞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편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령 보스턴 테러 기사는 이미 지난 기사같이 보였지만 4면 ‘보스턴 테러 용의자 형제 행적 추적해 보니’와 연결됐다. 러시아·CIS 순회특파원은 기사를 위해 자료를 심층조사한 듯 이번 테러를 통해 드러난 체첸의 역사적 상처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1994년 1차 체첸전쟁부터 2002년 미국으로 건너와 2013년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20여 년간 차르나예프 형제와 가족의 동선을 정리한 발 빠른 대응이 돋보였다.

 딸을 둔 아버지 입장이라 그런지 ‘기업도 여성 리더십… 딸들의 경영시대’는 흥미로웠다. 공부 좀 한다는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10명 중 7명 이상이 여학생이라고 한다. 서울대 신입생도, 사법고시·외무고시의 경우도 합격자의 50% 이상이 여학생이다. 비록 재벌 딸들의 이야기이고 ‘식품·유통 등 쉬운 분야만 진출한다’는 한계도 지적됐지만, 어쨌든 독자들에게 ‘다가올 여성시대를 준비하라’는 의도는 잘 전달됐다고 본다. 미국 여성의 늘어나는 사회 진출과 편견, 문제점에 대해 쓴 딸들의 경영시대의 저자 앤 프랜시스 박사 인터뷰도 메인 기사를 뒷받침하는 순발력 있는 기획이었다.

 ‘12차례 225명을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식탁정치 스타일’도 재미있게 읽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식탁정치와 비교한 점도 그랬고, 박 대통령의 식사 일정을 보여주며 식탁에서 오고간 여야 정치인들과의 농담 등을 마치 녹음이라도 한 듯 소설처럼 풀어놓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4월 21일자에선 유난히 좋은 칼럼이 많았다. 하나같이 해학과 반전이 있어 읽는 맛이 있었다. ‘고비용 단어 영광·위대·존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는 걸프전에서 망신당한 프랑스 군사력이 허약해진 과정, 소련이 무너진 이유가 핵무기 개발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서였다는 내용 등을 잘 소개해 줬다.

 김태진 경제에디터의 ‘고연비 이제 그만’은 지난해 우리나라 베스트셀링 수입차인 BMW520d와 동급 국산차 현대 그랜저 HG3.0의 연비 경제성 비교로 시작됐다. 이를 선행학습과 과외비의 비교로 사교육의 고비용 문제점으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결국 박근혜정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개념 혼선을 ‘고연비’에 연결했다. 종횡무진 소재를 넘나든 솜씨 좋은 글이었다.



조유현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대행사와 출판사·잡지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 세명대 미디어창작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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