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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규탄 결의안도 못 내는 ‘무개념 국회’

온라인 중앙일보 2013.04.28 00:02
국회가 아베 신조 내각의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다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안 상정 자체를 연기했다. 한심한 일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6일 ‘일본 각료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침략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본회의에 넘겼다. 이 결의안은 ‘일본 정치권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에 근거한 비이성적 망언과 망동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의 침략전쟁 부인 발언과 일부 의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한국 국민의 경고 메시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날 오후 본회의에는 국회의원 70여 명만이 출석했다. 본회의가 끝난 오후 5시까지 의결정족수인 151명을 채우지 못해 결국 의안 상정조차 못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작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베 내각이 작심한 듯 벌이는 망언과 망동에 대해 일부 국민은 “우리도 일본을 침략해서 점령한 뒤 똑같이 딴소리 하자”며 분노감을 드러낼 정도다. 국민 정서가 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채 의결정족수마저 채우지 못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국사(國事)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뭐가 있길래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란 말인가. 일본의 우경화 현상이 강 건너 불이란 말인가.



국회의원들은 요즘 ‘하는 일 없이 특권만 너무 많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민생과 국민을 위해 고심하기보다는 계파·정파 싸움에 세월을 보내는 행태 때문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불량집단쯤으로 치부되는 판이다.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증이 의원들의 눈과 귀에는 감지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래선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말썽 많은 의원연금 폐지 공약이 ‘선거용 쇼’로 끝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스스로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여진다. 자신들의 특권과 이익을 줄이는 일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손을 놓고 있어서다.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국회의원이 아니라 외부 세력·기관에 줘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 개혁과 정당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빨리 ‘국가 우선, 국민 우선, 민생 우선’인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하게 채찍질하고 감시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차제에 주요 사안을 다루는 본회의에 누가 불참하는지 널리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 ‘싸우는 국회’도 부끄러운데 ‘무개념 국회’라는 오명까지 얻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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