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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약탈 입증할 자료 부족해 환수 어려움

온라인 중앙일보 2013.04.28 00:02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우리 문화재의 규모는 엄청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6만6295점이다.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14만9126점·지난해 9월 기준)의 44%가 넘는다. 이런 엄청난 유물의 유출에는 국내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3대 도굴범’으로 꼽는 일본인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 ‘오구라 컬렉션’을 수집했던 오구라 다케노스케 외에 백제 유물을 싹쓸이한 가루베 시온(?部慈恩), 고려청자 등을 다수 반출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그들이다. 이들은 일제 때 전국 각지에서 한국 유물을 직접 도굴하거나, 도굴 유물을 거둬들여 일본으로 넘겼다.


오구라 컬렉션 외 일본 내 한국 문화재 6만여 점

가루베 시온은 고고학자로 일제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가 니혼(日本)대 교수를 지냈다. 그는 1927년 공주고보에 부임한 뒤 1930년대에 공주시 일대 백제고분 1000여 기를 발굴했다. 고분 연구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시 조선총독부의 고고학자들까지 지나치다고 비판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도굴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도굴꾼들이 개성 일대의 고려 고분에서 파헤친 수많은 유물을 일본으로 빼돌렸다.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 중에는 중요한 서책도 많다. 가와이(河合) 문고는 일본의 조선사학자 가와이 히로타미(河合弘民)가 빼돌린 책들이다. 가와이는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한 뒤 1907년 동양협회전문학교 경성분교의 교사로 한국에 건너왔다. 그는 조선왕조실록 정족산본 등 조선시대 서책 2160책을 반출했다. 데라우치(寺?)문고는 조선총독을 거쳐 나중에 일본 총리를 지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正毅)와 그의 아들 히사이치(寺??一)가 한국에서 모은 서책들이다. 총 2만 권에 이르는 문고 중 상당수가 조선시대 것이다. 현재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립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일부는 야마구치대학의 자매 대학인 경남대로 옮겨졌지만, 상당수는 일본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모두 되찾기는 쉽지 않다. 도굴이나 약탈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관련 자료가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 약탈품 가운데 중간 단계에서 합법적인 물건으로 바뀐 경우도 많다. 특히 야마나카(山中)상회 등 일본 고미술상들은 한국 문화재를 미국이나 유럽에 대량으로 팔았다. 요즘 가끔 해외 경매장에 나오는 우리 문화재는 대개 이런 경로를 거쳤다고 보면 된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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