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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덕 … 일본기업 6년 만에 최대 호황

중앙일보 2013.04.25 00:23 경제 2면 지면보기
일본 기업들이 ‘엔저(低)’ 덕에 6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게 됐다.


WSJ "뜻밖의 횡재 안겨줘"
2013회계연도 수익 75% 증가
미쓰비시 순이익 59% 늘고
도요타도 5년 만에 최고치 될 듯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이번 주 실적 발표에 들어가는 일본 대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엔저가 일본 기업들에 ‘뜻밖의 횡재’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이와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엔화가 달러당 100엔대에서 움직인다면 일본 200대 기업의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세전 수익은 16조900억 엔(183조원)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래 엔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25% 떨어졌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99.88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 업종인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체들이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날 2012년도(2012년 4월∼2013년 3월)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59% 늘어난 380억 엔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10년 만의 최고치로, 당초 예상했던 130억 엔의 세 배에 가깝다. 비용 절감 효과도 있지만, 엔저로 188억 엔의 환차익을 얻은 것이 컸다. 지난주 실적을 내놓은 야스카와전기는 지난 분기 순이익이 91% 급증했다. 다음 달 발표되는 도요타의 2012년도 순이익은 8000억 엔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최근 닛케이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일본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업종의 도요타는 1엔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350억 엔(4200억원), 닛산은 200억 엔, 혼다는 140억 엔이 각각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기전자의 캐논은 달러당 엔화 값이 1엔 오를 때마다 92억 엔, 파나소닉은 25억 엔씩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실적 호조 전망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도요타 주가는 아베 정부 출범 이후 75% 상승했다. 혼다 주가도 60% 뛰었고, 최근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소니·파나소닉 등의 주가도 80% 이상 뛰었다. 24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32% 오른 1만3843.46으로 마감, 4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가 일본 기업에 햇살이라면 한국 기업에는 비구름이다. 삼성증권이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주요 상장기업 43개 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엔화 가치가 달러당 95엔에서 110엔으로 하락하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8% 감소한다.



 일본 기업들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도요타와 닛산자동차 등에 산업용 로봇을 공급하는 야스카와전기는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해 올해 투자를 52%가량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19% 줄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롄(經團連) 회장은 최근 “이제 엔저로 인해 수익률이 높아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저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싱가포르 퍼스트스테이트인베스트먼트의 페트르 코쿠렉 수석 매니저는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엔저에만 기댈 게 아니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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