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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틀을 깼다" … 63세 아이돌 가왕의 귀환

중앙일보 2013.04.24 02:13 종합 2면 지면보기
‘젊은 오빠’ 조용필이 되돌아왔다. 10년 만에 새 앨범 ‘헬로(Hello)’를 23일 공개했다. 조용필이 이날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생애 첫 쇼케이스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가왕(歌王)’ 조용필(63)의 귀환은 화려했다. 23일 한국 대중음악계는 ‘조용필의 날’로 남을 만했다. 그가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Hello)’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조용필은 신곡이 없었던 지난 10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했다.

조용필 10년 만에 19집 앨범 발표
'바운스' 이어 '헬로'도 차트 1위
CD 2만 장 하루 만에 동나기도
한 곡 빼곤 외국인·후배들 작곡



 팬들은 ‘젊은 오빠’의 복귀에 환호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울 종로 영풍문고 매장엔 중년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조용필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한정판 CD를 사기 위해서였다. CD 1차 제작분 2만 장이 하루만에 동나기도 했다.



 또 이날 정오 19집 음원이 공개된 지 세 시간 만에 타이틀곡 ‘헬로’는 각종 음악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일주일 전 공개돼 싸이의 ‘젠틀맨’과 1, 2위를 다퉜던 ‘바운스’는 물론 ‘걷고 싶다’ ‘충전이 필요해’ 등 신곡 10곡 대부분이 순위에 진입했다. 아이돌 가수들이 주도해온 음원시장을 예순이 넘은 가수가 장악한 것은 ‘사건’이라 할 일이었다.



 이날 오후 8시 조용필은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생애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공연장에는 일찍부터 팬들이 몰려와 대기했다. 조용필 팬클럽 ‘이터널리’ 회원 이름으로 기부한 쌀 화환이 공연장 입구에 늘어섰다. 좌석에는 ‘위대한 탄생’과 ‘미지의 세계’ 팬클럽이 제작한 응원 플래카드가 놓여 있었다. 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취재진 400여 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조용필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앨범이 다른 앨범과 다른 점은 저의 곡 작업을 완전히 배제하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18집을 낸 2003년 이후 3년 정도 앨범을 내려고 연구하고 곡도 만들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한 해 미루고, 다시 한 해 미루다 결국 재작년에 시작했다. 제 자신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 하나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였다. 지금까지의 제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19집에 수록된 10곡 중 송호근 교수가 작사한 ‘어느 날 귀로에서’를 제외하곤 단 한 곡도 조용필이 작곡하지 않았다. ‘헬로’의 경우 영국 남자 아이돌 V-factory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마리아 마커스 등 외국 작곡가 3명이 참여했다. 박용찬이 작곡한 ‘걷고 싶다’와 ‘그리운 것은’, 박병준과 하기가 공동 작곡한 ‘서툰 바람’만 한국 작곡가의 곡이다.



 앨범 프로듀싱은 박용찬과 박병준에게 맡겼다. 이들이 잡은 앨범의 기본 모토는 ‘본딩(Bonding·유대)’이다. 조용필의 역사와 그를 처음 접하는 새로운 젊은 층을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쇼케이스 역시 여러모로 젊은 층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후배 가수 박정현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국카스텐은 ‘모나리자’를, 이디오테잎은 ‘단발머리’를, 자우림은 ‘꿈’을 부르며 ‘현재진행형의 전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는 조용필의 중년팬들에게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연결해주는 ‘유대’의 무대이기도 했다. 후배들의 헌정 무대에 이어 조용필이 등장해 ‘바운스’를 부르기 시작하자 3000여 관객이 기립해 가왕의 귀환을 뜨겁게 맞이했다.



 이날 무대는 네이버로 생중계됐다. ‘조용필’과 관계된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이에 대해 조용필은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한 건 거의 20년 만의 일이다. 이런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김제동이 “무대에서 떨려 하는 모습을 처음 뵙는 것 같다”고 하자 조용필은 신곡 제목을 인용해 “바운스 덕분”이라 응대하는 등 ‘젊은 오빠’의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어느 날 귀로에서’와 타이틀곡 ‘헬로’를 부르며 한 시간 반가량의 쇼케이스를 마무리했다. 라이브로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는 역시나 생생히 살아 있었다.



 “음악의 깊이보다 편안한 걸 찾았다. 때론 절제하고 때론 뱉고, 때론 움츠러드는 작업을 스스로 많이 해봤다. 다행히 예순세 살 먹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말 기뻤다. 유튜브로도 곡이 나가는데 ‘목소리가 힘이 없어’ 그러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 연습을 많이 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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