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물원 쟁탈전 … 약속 지키라는 수성, 비용 줄인다는 달성

중앙일보 2013.04.24 01:03 종합 16면 지면보기
휴일인 21일 나들이객이 이전을 앞둔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에 때아닌 동물원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시가 달성공원 동물원(중구 달성동)의 이전작업을 서두르자 달성군과 수성구 주민들이 유치전에 팔을 걷어붙여서다. 주민들은 ‘달성공원 동물원은 달성군 하빈으로’ ‘달성공원 동물원은 수성구 구름골에’라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거는 등 기싸움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동물원이 생기면 연간 수백만 명이 찾아 땅값이 오르고 지역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3년 '구름골 이전' 밝힌 대구시
올 1월 타당성 조사 용역 논란
구름골 주민 "부지 변경 수순" 반발
하빈 주민 "땅값 싼 여기가 최적지"



 동물원 유치전은 올 1월 시작됐다. 대구시가 동물원 이전 입지선정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맡기면서부터다. 결과는 오는 9월 나올 예정이다. 수성구의회는 곧바로 동물원 이전 결의문을 채택하고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달성군 하빈면 주민들이 지난해 8월 유치추진위를 구성하고 활동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들어 유치전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11월 한 건설업체와 동물원 건립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수성구 주민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하빈면의 땅값이 싼 점을 들어 이미 동물원 이전 예정지로 결정된 삼덕동(구름골) 지역을 배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정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입지 선정 용역을 통해 하빈면을 적지로 선정하려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시는 1993년 동물원을 옮기기로 하고 삼덕동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1년에는 공원 안의 구름골 68만5064㎡(20만7000여 평)를 동물원 예정지로 결정했다. 이곳 주민들은 “이미 정해진 동물원 부지를 또 선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수성구의 반발에 하빈면 주민들도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주민 서명을 받고 군내에 현수막도 내걸었다. 지금까지 서명한 주민은 2600여 명(전체 면 주민 4300여 명). 추진위는 이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지역 국회의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하빈면으로 옮길 경우 이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가 동물원 이전을 서두르는 것은 달성의 복원을 위해서다. 달성은 3세기께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4∼10m에 길이는 1.3㎞다. 도심에 위치한 타원형의 고대 토성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1963년 사적 제62호로 지정됐다. 시는 2010년부터 토성을 복원키로 했지만 동물원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민간투자자가 없다는 점이다. 시는 10여 년 전 구름골에 1800억원을 들여 동물원을 짓기로 하고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당시 캐나다·영국 업체, 국내 대기업 등과 접촉했지만 수익성이 낮다며 각종 혜택을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시는 지난해 다시 투자자를 찾던 중 국내의 한 업체가 의향을 밝히자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구시 김부섭 환경녹지국장은 “대상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투자 의향 업체로부터 단순히 약속을 받아 놓은 것이지 어떤 법적 효력도 없다”며 “사업자 결정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동물원은=동물원의 규모나 형태에 대해 대구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하지만 당초보다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건립비용으로 500억원가량이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차량을 타고 맹수들을 관람할 수 있는 사파리 시설은 어렵게 된다. 대신 숲 속에 동물을 방사하고 탐방로를 따라가며 만져보거나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권삼 기자





정광주 구름골 유치위원장 “재산권 막아놓고 이제 와 옮긴다니 … ”



“동물원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동물원이 다른 곳으로 간다니 말이나 됩니까.”



 수성구 구름골 정광주(56·사진) 달성공원 동물원 유치추진위원장은 “달성군이 나서는 것은 20년 전에 결정된 동물원을 빼앗아 가겠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하빈면으로 가면 안 되나.



 “우리는 그린벨트에다 동물원 예정지로까지 지정되면서 축사 하나 못 짓는 등 큰 고통을 받았다. 그런데 무슨 후보지를 다시 선정한다는 말인가.”



 -구름골은 땅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구름골의 동물원 예정지 중 85%가 산이다. 가장 싼 곳은 공시지가가 3.3㎡당 9000원에 불과하다. 땅값이 비싼 것이 문제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구름골의 장점은.



 “도시철도 3호선 범물동 종점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영천과 경산시의 관람객도 흡수할 수 있다. 하빈면으로 가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다. 인근에 대구미술관·대구스타디움·대구야구장 등 체육·관람시설도 많다.”





권광수 하빈면 유치위원장 “구름골, 투자자 없어 이미 실패한 곳”



“말이 대구시 지역이지 이렇게 낙후된 곳이 어디 있습니까. 대구교도소의 이전을 받아들인 만큼 보상 차원에서라도 우리 지역에 와야 합니다.”



 달성군 하빈면의 권광수(59·사진) 달성공원 동물원 유치추진위원장은 “동물원이 들어서면 가뜩이나 복잡한 수성구의 생활여건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의 구름골이 이전 예정지로 정해져 있는데.



 “투자자가 없어 이미 실패한 곳이다. 우리가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 말도 없다가 우리가 유치활동을 벌이자 뒤늦게 수성구가 나선 것이다.”



 -하빈면은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면 지역 5곳을 후보지로 정했다. 지하철 2호선 종점에서 2㎞ 남짓 떨어져 그리 멀지 않다. 달서구와도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다.”



 -하빈면의 장점은.



 “땅값이 싼 곳(임야)은 3.3㎡(1평)에 1000원이다. 사업비가 적게 드는 만큼 구름골보다 적은 돈으로 더 나은 동물원을 만들 수 있다. 주변에 육신사 등 관광시설도 많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