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연륙교는 글쎄” IBRD 차관 퇴짜 … 꼼수를 띄웠다
76년 10월 드디어 영산강 상류에 4개 댐이 준공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장성댐 현장에서 준공식이 열렸다. 4개 댐으로 2억6500만t에 달하는 용수를 확보했고 총 1353㎞ 길이의 용·배수로가 3만4500㏊ 농경지에 거미줄처럼 깔렸다. 전남 농민들은 매년 반복되던 한·수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영산강 2단계 개발사업부터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 으로 추진했다. 광주권 개발사업도 IBRD 차관으로 진행했다. 낙후된 전남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하남공단, 여수 신항, 목포·순천 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진도·돌산 연륙교(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도 그 일환으로 추진했다.
얽힌 일화가 있다. IBRD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돌산 연륙교 건설 계획은 쉽게 통과됐다. 하지만 “진도 연륙교는 교통량이 적어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외국인 5~6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식사 자리에 초청했다. 통역을 가운데 두고 열심히 설명을 했다.
“진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없으니 당연히 교통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리를 건설하면 교통량은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교통의 공급은 수요를 창조합니다. 경제학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있지 않습니까.”
한참이나 내 얘기를 듣던 조사단은 “재조사를 해보고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문창수 도청 기획관리실장에게 재조사 안내를 맡겼다. 재조사하기로 한 날을 알아낸 뒤 동원할 수 있는 차량을 다 모아 조사 지역에서 왔다갔다 하도록 했다. 꼼수이긴 했지만 진도 연륙교가 도민에게 유용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재조사 결과는 합격이었다. 진도 연륙교는 명량대첩이 있었던 울돌목 위를 지나게 설계됐다.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로 84년 준공됐다. 지금의 제1 진도대교다.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교통 수요는 계속 늘었고 2005년 제2 진도대교가 세워졌다. 교통의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이론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정리=조현숙 기자
이야기 속 지식 - IBRD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세계은행(World Bank)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목적으로 1946년 문을 연 국제금융기구다. 55년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는 60~80년대 IBRD로부터 자금을 빌려 철도·고속도로·항만·상하수도·주택단지 등을 건설했다. 영산강 유역·광주권 개발을 비롯해 영동·동해 고속도로 건설, 경주관광단지 조성사업 등이 IBRD 차관으로 추진됐다. 우리나라는 90년대를 기점으로 IBRD로부터 융자를 받는 수혜국에서 개도국에 돈을 빌려주는 공여국으로 변신했다. 현재 IBRD는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총재가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