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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뮌헨 필 '봄의 제전'

중앙일보 2013.04.24 00:29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한 뮌헨 필하모닉과 지휘자 로린 마젤.


인간에게 100년이란 세월이 끼칠 수 있는 파장은 얼마나 될까. 22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뮌헨 필하모닉이 연주한 ‘봄의 제전’이 객석에 던진 질문이다.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가 100년 전인 1913년 5월 29일 파리에서 초연한 이 발레곡은 당시 폭동에 가까운 야단법석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한다. 취향의 첨단을 걷는다는 20세기 초 파리의 문화인들에게도 음악은 소음에 불과했고, 춤은 경련이나 발광으로 비쳤던 것이다.

100년 전의 파격, 로큰롤처럼 유쾌했다



 전설적 안무가 바슬라브 니진스키(1889~ 1950)는 이 작품을 만들며 “새로운 지평선”이라 불렀 다. 하지만 관객들은 예술이란 이름으로 우롱 당했다고 느꼈다.



 2013년 봄밤에 들은 ‘봄의 제전’은 로큰롤처럼 유쾌했다. 러시아 혈통의 지휘자 로린 마젤(83)은 강건한 어깨와 등의 뒷모습이 상징하듯 대편성된 강철악단을 몰아붙였다. 화려하게 뿜어져 올라오는 금관악기의 협력, 따로 또 같이 스윙하듯 둥둥 울리는 타악기의 종횡무진은 때로 불협화음으로, 때로 엇박자로 연출되며 현대판 풍악처럼 흥청댔다. 이런 음악을 집에서 음반으로 듣기는 뭣하다. 20세기를 음악으로 열어젖힌 혁명적 작품이라 해도 그저 공연장에서 기념으로 듣는다면 모를까 .



 2008년 봄, 평전 『스트라빈스키』(을유문화사)를 낸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출판기념회에서 영화 ‘킹콩’의 영상에 이 음악을 접붙여 틀어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교도들이 여성을 제물로 바치며 춤추는 내용이 비슷해서 어울리기도 하지만, 이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더 이상 아방가르드도 현대음악도 아니다.”



 한 세기 전 최전위를 달리던 스트라빈스키는 이제 클래식이 됐다. 클래식은 언제 어디서나 오달지다. 100년 전 파리 시민과 오늘 서울 시민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들으며 ‘그는 왜 그렇게 했을까’ 콩콩 가슴이 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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