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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혼돈의 바둑판, 넘치는 생명력

중앙일보 2013.04.24 00:23 종합 27면 지면보기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구리 9단



제7보(70~80)=끝 없는 혼돈입니다. 좌하 흑은 미생이고 그 생사는 A의 패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하귀도 백이 B에 둔다면 수가 납니다. 이 흑의 생사 역시 패에 걸릴 거라는 관측입니다. 패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으니 그 자체가 혼돈이지요. 생과 사가 결정되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으니 그것 또한 혼돈입니다.



 한데 박정환 9단은 70으로 절단을 강행해 또 다른 혼돈 속으로 몸을 들이 밉니다. 전보에서 구리 9단은 기세 넘치는 흑▲를 두었지요. 생사를 초월한 듯한 그 수에 자극받아 젊은 박정환도 강수로 응대한 것입니다. 프로들은 이런 바둑을 일러 “살아 있는 바둑”이라 하지요. 산 것도, 죽은 것도 없는 혼돈의 바둑판을 보며 그 은은한 광기와 넘치는 생명력에 전율하는 겁니다.



 71로 끊어놓고 봅니다. 여기서 ‘참고도1’ 흑1로 꼬부리면 이 흑은 바로 삽니다. 그러나 옆구리에 비수(백△)가 다가와도 태연히 외면하는 구리가 이런 비굴한 삶을 선택할 리 없지요. 73이 돌파의 맥입니다. 구리에겐 당연한 반발이겠지요. 돌파 이후의 그림이 확연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야전의 경험으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환은 74와 76 두 방의 단수로 일단 흑의 미생을 확인합니다. 78로 막아도 포위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참고도2’에서 보듯 흑은 탈출에 성공해도 8로 허리가 끊기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게 박정환의 노림이지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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