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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물렁물렁

중앙일보 2013.04.24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프로야구의 경기력 저하가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투수력과 공격력 모두가 떨어졌다.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고타저(投高打低) 또는 타자들이 투수들을 두들기는 타고투저(打高投低)처럼 한쪽이 우세한 양상이 아니다. 투타가 모두 부진한, 이른바 투저타저(投低打低)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방망이도 마운드도 부진 ‘투저타저’
득점 늘어 겉으론 화끈한 타격전
뜯어보면 실책·볼넷 쏟아진 결과
한화-NC 3연전 에러 9개 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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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대전구장에서는 한화와 NC의 ‘꼴찌 라이벌전’이 벌어졌다. NC 권희동이 1회 초 2사 2루에서 때린 타구가 한화 좌익수 정현석 정면으로 높이 떴다. 손쉬운 플라이볼이었지만 공은 정현석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잔디 위로 떨어졌다. 어이없는 실책 덕분에 NC는 1회 3점을 선취했다. 3회 말 2사 뒤 한화 오선진이 친 타구가 힘없이 굴러갔다. NC 2루수 차화준은 여유 있게 공을 잡은 뒤 1루에 공을 뿌렸지만 너무 높았다. 동료의 송구 실책으로 NC 선발투수 아담이 흔들렸다. 김태완의 몸을 맞힌 뒤 김태균과 최진행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결국 NC는 5회 말 김태균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4-6으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꼴찌 팀 한화와 올해 1군에 진입한 NC의 3연전 동안 쏟아진 실책은 무려 9개. 경기를 지켜본 한 전임 감독은 “ 경기 수준이 떨어졌다”며 씁쓸해했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 트렌드는 투고타저였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2009년 4.80을 기점으로 2010년 4.58, 2011년 4.14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3.82까지 떨어졌다. 각 구단이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를 투수 위주로 뽑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올해도 9개 구단이 뽑은 외국인 19명이 모두 투수다. 탄탄한 마운드와 세밀한 작전을 앞세운 SK가 2007, 2008, 2010년 우승하면서 만든 트렌드다. 다른 팀들도 SK처럼 불펜과 수비를 강화했다. 구조적으로 점수가 적게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득점이 많다. 22일 현재 총 72경기의 평균 득점은 9.82점으로 지난해 4월까지(65경기)의 9.31점보다 5.5% 늘었다. 숫자만 보면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뜯어보면 투저타저 현상을 읽을 수 있다. 타자들이 잘 치는 게 아니라 투수들이 잘 못 던지고, 야수들이 잘 못 막고 있다. 올해 경기당 볼넷은 7.18개에서 7.83개로 9.1%나 늘었다. 실책은 1.26개에서 1.44개로 14.3% 증가했다. 경기시간도 지난해(정규이닝 기준 3시간6분)보다 10분이나 늘었다. 실책과 볼넷이 많아져 경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윤석환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미국에 갔고, 윤석민(KIA)과 김광현(SK)·이용찬(두산) 등 팀의 에이스 투수들이 부상 때문에 등판하지 못해 투수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프로야구 전 경기 취소=23일 열릴 예정이었던 잠실(LG-삼성), 목동(넥센-두산), 부산(롯데-SK), 마산(NC-KIA) 경기는 비로 모두 연기됐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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