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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70% 지지율 자신감…7월 선거 겨냥 ‘외교 폭주’

중앙일보 2013.04.23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아베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항의하며 방일 계획을 취소하고, 이에 맞불을 놓듯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첫걸음부터 꼬인 한·일 관계
양국 고위급 대화 잇단 취소·연기
당분간 냉각상태 풀기 어려울 듯

 22일 아베 총리의 “아베 내각으로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건 아니다”는 발언은 취임 후 역사 문제에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던 기존 방침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아베는 지난해 8월 당 총재 선거 과정과 지난해 12월의 중의원 선거 과정에선 “자학사관에 입각한 담화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총리 아베’가 되는 순간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한 듯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헌법 개정의 분수령이라 여기는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를 잃을 소지가 있는 정책은 모두 뒤로 돌렸다. 이 때문에 일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내각 출범 열흘 뒤인 지난해 12월 “2006년의 아베 1차 내각 당시도 ‘지금까지의 (일 정부)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표명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역대 내각의 생각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베 도 지난 2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아시아 제국의 분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고 하는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이른바 ‘아베노믹스’ 인기의 영향으로 70%에 달하자 아베의 생각은 달라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의 압승은 기정사실이라 여긴 아베 정권은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선거 후 보수정책 추진’에서 ‘선거 전 보수정책 애드벌룬 띄우기’로 전환했다. 이런저런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5년에 내놓을 이른바 ‘아베 담화’를 향해 서서히 ‘무라야마 담화’ 색채 지우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한국 외교부는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일본이 무라야마 담화를 전면 부정하게 되면 한국·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마저 반발할 공산이 큰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우려되는 건 새로 취임한 양국의 정상이 당분간 마주할 기회가 없어 한·일 간에 불신을 해소할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5일의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당초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 안이 모색됐지만 양국의 신경전 끝에 무산됐다. 당시 아베 측근들은 “(취임식 참석) 요청을 하면 그때 검토하겠다”고 버텼고 한국 측의 인수위 관계자들도 초청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베 대신 참석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미국도 남북전쟁에 대한 역사 인식이 서로 다르다”고 장황하게 설교하는 돌발 사태는 박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접게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오는 5월에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마저 미뤄지는 바람에 양국 관계가 더욱 혼미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 없이 ▶7월의 참의원 선거 자민당 승리 ▶8월 15일 상당수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 ▶헌법 개정작업 돌입 등의 수순으로 나아갈 경우 한·일 관계는 계속 엇박자를 내며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고이즈미-부시 정권의 밀월관계나 이명박-오바마 의 신뢰관계에서 보듯 외교라는 건 지도자 개인의 감정이나 친소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소 해프닝’으로 인한 감정의 골이 메워지려면 조속히 양국 정상이 따로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정원엽 기자



◆무라야마 담화=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 일본의 태평양전쟁 도발과 침략·식민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내용. 이 담화는 이후 정권에도 계승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역사적 견해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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