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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학원을 미문화원 착각, 화염병 던진 반미주의자

중앙일보 2013.04.23 01:02 종합 12면 지면보기
22일 오전 ‘대구미문화원’ 입주 빌딩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이 범행 직후 건물 앞 도로로 달아나고 있다. [대구경찰청 CCTV 캡처]
22일 오전 6시40분쯤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대구미문화원’ 건물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현장에서는 ‘미국X들 각오하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 등이 발견됐다. 불을 처음 본 청소용역 직원 이모(63·여)씨는 “미국문화원에 화재가 났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반미주의자의 대형 테러사건’으로 판단하고 긴급 출동했다. 하지만 ‘대구미문화원’은 초·중·고생 대상의 사설 어학원으로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문화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어학원은 9층 건물의 3층에 입주해 있다.


'대구미문화원' 간판 건물 봉변
현장에는 반미 유인물 뿌려져

 경찰 관계자는 “어학원 운영자가 미문화원 이름만 사용해 온 사실을 알고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3층 복도에서 난 불은 어학원 출입문과 벽, 복도 바닥 일부를 태웠다. 학원 문을 열기 전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A4지 5장 분량의 유인물과 음료수병 2개, 깨진 형광등, 플라스틱 음료수 용기 등이 발견됐다. ‘반미반파쇼투쟁위원회’ 명의의 유인물엔 ‘미국은 지난 100년 넘게 우리 민족에게 천인공노할 야만적 범죄를 저질러왔다. 이 땅 위에서 핵전쟁까지 일으키려 한다…. 미국X들은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고 쓰여 있었다.



 경찰은 “플라스틱 용기에 인화성 물질을 담아 뿌린 뒤 음료수병을 화염병으로 만들어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펑’ 소리는 복도 형광등이 깨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반미반파쇼투쟁위원회’라는 단체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반미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사설 어학원을 미국 정부와 관련 있는 진짜 미문화원인 것으로 착각하고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검은색 점퍼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20대 후반의 남자 2명이 이날 오전 6시39분쯤 배낭을 메고 건물로 들어가는 폐쇄회로(CC) TV 화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는 한편 대공 혐의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육군 50사단 소속 장병들은 소총으로 무장한 채 영어학원 상가건물 앞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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