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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신 더 이상 안 돼" 해외 성매수 단속 칼 뺐다

중앙일보 2013.04.23 01:01 종합 12면 지면보기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시민단체 ‘아플(APLE)’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추방운동을 한다. 이 단체의 활약으로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성매수자·공모자 등 23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가운데 한국인 남성 두 명이 포함돼 있었다. 한 명은 15세 소녀와 성관계를 하다 체포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다른 한 명(호주 국적)은 두 명의 소녀와 성관계를 하다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성착취국 오명 … 16개 부처 근절대책
5년간 556명 적발 ‘빙산의 일각’
미국처럼 동남아에 수사관 파견
여권 제재, 사이버수사 강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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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동남아·중국 등지에서 성매수를 하다 적발된 한국인은 556명이다. 이들은 아플 같은 국제 비정부기구(NGO)에 적발되거나 다른 사건에 휘말려 부수적으로 드러난 경우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확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해외 성매수 국가로 지목된 지 오래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남성들은 여전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 지역에서 아동 성매수 관광의 주요 수요자”라고 지목했다. 2007년 이후 6년째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 동아시아 태평양지부도 캄보디아·태국·베트남의 아동 성매매 주요 고객으로 한국을 지목한다. 지난해 9월 형사정책연구원 박선영 부연구위원이 태국 실태조사를 갔을 때 국제 시민단체 ‘엑팟(ECPAT)’의 직원은 “한국은 끊임없이 단체 관광을 와서 성착취 산업 수요를 지속시키는 든든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성매수의 주요 매개체는 인터넷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태국 현지의 한국인 성매수 가이드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은밀히 쪽지 등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카카오톡으로 비용에 대해 실시간 상담하기도 한다. 한 업체의 실장은 “처음이시냐. 요새는 금요일에 들어와서 일요일에 나가는 2박3일이 대세다. 골프를 치면 더 길게 잡을 수 있지만 밤 문화를 즐기는 게 목적이면 2박3일 코스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당 150만원이 기본”이라며 “단속은 걱정 말라. 2년 넘게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조모(49)씨는 “골프 관광을 온 한국 남성들이 72홀 치기로 해놓고 하루만 골프 치고 2~3일은 섹스관광을 일삼는다”고 말했다. 현지 ‘꽃뱀 조직’에 걸려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한 50대 남성은 중국에서 성매수하다 폭력조직에 걸려 여권을 빼앗겼다가 3억원을 주고 풀려났다. 현지 한국인 브로커가 개입해 돈을 뜯어갔다.



 하지만 성매수로 적발돼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태국 방콕의 한국대사관 차경택 총경은 “태국은 성매매 수요가 불법이지만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재판을 받고 벌금을 내면 된다. 태국 정부가 벌금 받은 사람을 우리한테 거의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적발된 경우조차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총경은 “(한국인 성매수 관광객이) 상당수라고 추정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범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 성매매 여성을 증인으로 데려오는 게 거의 불가능한 데다 증거를 대기 쉽지 않아서다.



 또 경찰과 외교부 간 협조가 잘 안 돼 여권 제재 조치가 미흡하다. 2008~2012년 해외 성매매를 이유로 여권 사용 정지를 당한 사람은 55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미국·일본 등지에서 성매매를 하다 걸린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여권법에 “외국에서의 위법한 행위 등으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키면 1~ 3년 여권 발급이나 재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성매수하다 추방된 경우에만 1년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해외 성매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여성가족부·경찰청·외교부 등 16개 관련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회의를 열어 해외 성매매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2004년 이후 30차례 회의가 있었지만 해외 성매매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청·외교부의 협력을 강화해 여권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미국·호주처럼 동남아 현지 공관에 성매매 전담 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형사정책연구원 박 부연구위원은 "성매수로 인한 나라 망신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성매매 알선 인터넷 카페가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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