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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는 남성이 사고 금고는 여성이 사고

중앙일보 2013.04.23 00:44 경제 4면 지면보기
“백화점에서 금괴를 사는 고객은 대부분이 40~50대 남성입니다.”



 귀금속 제작업체인 골든듀의 김지현 과장은 “요즘 세계 금시장에서 금값이 폭락세를 보였는데도 금 수요는 꾸준하다”며 “특히 자산 포트폴리오의 결정권자인 이들이 주 고객층을 이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괴를 사 가는 고객은 선물용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이 보유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괴를 사는 사람은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금고로 가면 결정권자가 달라진다. 금고제작업체인 선일금고제작은 고객의 90%가 중년 여성이라고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고에 보관하는 대부분의 물품이 회사의 자금이거나 중요 문서이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남자가 주로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용 수요가 70% 이상을 차지해 여성 고객이 주로 선택하는 상품이 됐다. 금 매입 결정은 남편이, 귀금속을 보관할 금고는 아내가 정하는 셈이다.



 금고도 고가 제품이 잘 팔린다. 한 개에 484만원인 이 회사의 최고가 제품은 서양의 탄생점성술인 ‘12궁도’가 금세공돼 있다. 이 제품은 고가임에도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60만~80만원대 제품이 잘 팔렸다. 고객층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면서 제품도 고급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금고는 2004년 강원도 낙산사 화재 때 주요 건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됐는데도 멀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요즘 흐름에 따라 금고에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회사 매출이 이런 추세로 가면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은 올 초보다 15%가량 떨어졌다. 특히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값이 폭락하기 전 일주일간 골드바 판매액이 30억~40억원대였지만 지난주에는 오히려 5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금값이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이 금을 사서 보관하는 것은 보유 목적 외에 절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를 10% 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금값이 상승할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여기에 자산가는 금을 은밀한 증여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금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다. 자산가가 자녀에게 금을 사서 증여해도 국세청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 PB 담당자는 “금값이 떨어져 걱정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금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 아니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일부 고객은 금을 증여세 없이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말했다.



 골든듀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금괴는 1㎏, 100g, 50g, 37.5g, 10g 등 다섯 가지다. 당일 시가에 연동해 가격이 바뀐다. 이달 1일 기준으로 1㎏ 금괴의 가격은 6864만원, 100g은 690만3000원이다.



신한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고객이 주문하면 그때 주문에 들어간다. 은행은 보통 금괴 제작업체에 의뢰해 은행 로고 등을 박아 고객에게 판매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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