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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책임감 느낀다" …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광폭 행보

중앙일보 2013.04.23 00:33 경제 2면 지면보기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을 보필하는 ‘조용한 조력자’에서 그룹 현안부터 미래전략까지 챙기는 ‘적극적 리더’로 변신하고 있다.


조용한 조력자서 적극적 리더 변신
이 회장 대신 게이츠·파월 만나고
글로벌 제약사 ‘머크’ 회장과 회동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만찬을 했다. 2시간30분가량 이어진 만찬에서 이 부회장은 빌 게이츠와 양사의 협업관계부터 IT산업의 미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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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리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 등 삼성 수뇌부가 동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부회장 승진 후 삼성을 찾는 국내외 고위 인사를 이건희 회장 대신 맞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 부회장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중순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딕슨’의 최고경영자(CEO) 세바스찬 제임스 회장이 삼성을 방문했을 때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에 있는 딜라이트 전시장을 20여 분간 안내한 뒤 환담을 하고 양사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유럽은 삼성 스마트폰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경쟁사의 공세가 심해 언제 순위가 뒤바뀔지 모르는 곳”이라며 “유통사와의 공고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더와의 만남 외에 주요 투자계획도 이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일본 샤프에 104억 엔(약 1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4%를 확보, 5대 주주가 됐다. 이 투자건 역시 이 부회장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승진 후 첫 출장지를 일본 샤프 본사로 정했다.



 당시 가타야마 미키오 샤프 회장을 만난 이 부회장은 “윈-윈 체제를 구축하자”며 지분 투자 의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때 기술을 배워갔던 삼성이 주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샤프 내 일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60인치 이상 패널을 샤프의 주력인 사카이 공장에서 조달해주면 대형TV 시장을 함께 석권할 수 있다. 샤프는 사카이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자체 패널을 만들어 대형 TV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고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



 이 부회장은 차기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S4의 성공을 위해서도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해 가토 가오루 NTT 도코모 CEO, 다나카 다카시 KDD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일본 내 3대 통신사업자 수뇌부와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간 일본 시장은 국내 가전제품이 외면당하는 ‘한국 전자제품의 무덤’이었다”며 “이 부회장이 갤럭시S4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개척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국 전날인 17일에는 세계적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만나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바이오는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정한 분야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삼성전자가 연신 최고 실적을 낸 데 따른 ‘경영 자신감’으로 분석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하면서 “삼성이 더 잘해야 한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책임감 발언은 조력자로서 말을 아끼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당분간 그룹의 큰 구상은 이건희 회장이, 현안은 이재용 부회장이 맡는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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