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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흥망, 기후가 갈랐다"

중앙일보 2013.04.23 00:30 종합 20면 지면보기
인류 문명의 흥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4개국 과학자 7년간 합동 연구
고목 나이테, 얼음 단면 등 조사
마야, 수백년 추위·가뭄으로 멸망
로마·독일 번성기엔 비 많고 온난

 지난 2000년 동안의 지구 기온 변화사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한때 고도로 발달했던 마야·잉카·로마 문명의 번성과 퇴조가 기온과 강수량 같은 기후요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세계 24개국 78명의 과학자들은 2006년부터 7년에 걸쳐 ‘Pages 2K(Past Global Changes 2000, 과거 지구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511개에 이르는 방대한 기온변화 자료를 토대로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별로 기후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연구했다. 역사 기록과 함께 고목 줄기의 나이테, 얼음의 단면, 호수나 해양의 침전물, 꽃가루, 산호, 석순 등 단서가 되는 과학적 자료를 통해 연평균·여름철 기온의 변화를 추적해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었다.



 마야문명이 번창했던 멕시코 지역에서는 10세기 이전 수백 년에 걸쳐 기온이 하강하고 비가 적게 내리는 현상이 지속됐다. 10세기 중반 들자 마야 인구는 10%로 줄어들었다. 100년 후 다시 비가 많아지고 따뜻해져 황폐한 마야의 도시 위에 새로운 숲이 우거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이곳을 버리고 떠난 뒤였다.



 유럽은 문명사와 기후변화사의 연관관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로마제국이나 독일의 번성기에는 비가 많이 오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로마 시대인 서기 21~80년 사이 기온은 1971~2000년보다 더 높았다. 게르만족 이동(4~5세기)이나 흑사병(14세기), 30년 전쟁(1618~1648)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기후가 거칠고 나빴다. 소빙하기는 유럽에 기근과 전염병을 불러왔다.



 미국 콜로라도·아이오와주 같은 북미 지역에서도 온난다습한 시기에 인디언 원주민 인구가 늘었다. 옥수수 수확이 증가했고 캐나다에서는 숲 면적이 늘어났다. 개체수가 많은 고라니와 사슴은 풍성한 먹거리가 됐다. 그러다 갑자기 13세기 들어 아나사지와 같은 북미의 모든 문명이 일제히 사라졌다. 이 지역에 찾아온 한랭건조한 기후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에서는 12~14세기에 더워졌다. 남미 잉카문명은 더욱 번성해 남북으로 4000㎞가 넘는 대제국이 만들어졌다. 잉카는 기후가 아닌 스페인의 침공이라는 인위적인 요소에 의해 멸망했다.



 아시아 역사도 기후와 무관치 않다. 비를 뿌리는 몬순 덕분에 11세기 인도의 인구는 급증했다. 하지만 소빙하기가 찾아오자 절반인 1억30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중국도 중세 온난기에 전성기를 누렸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명나라 시대에는 차고 건조한 날씨였지만 경제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번성했고 유럽처럼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1500년께 이후 지구의 기온은 화산활동 증가, 일조량 감소, 지구 궤도의 변화 등에 의해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다시 더워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다. 다른 과학자들은 지금은 추가적인 지구온난화가 가져다 줄 재앙을 걱정할 때라고 보고 있어 Pages 2K 연구 결과는 논쟁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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