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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CEO 연봉은 왜 그렇게 많을까

중앙일보 2013.04.23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최고경영자(CEO)는 연봉을 많이 받는다. 보통사람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독일·스위스 등 유럽에선 연봉을 규제하는 법이 추진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민간기업의 인건비를 법으로 제한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지만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기업 총수와 CEO의 연봉을 공개하는 방안이다.



 이런 논란을 부를 정도로 왜 CEO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줄까. 그 사람 판단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새 임원을 선임했는데 오너에 대한 충성심은 몰라도 능력과 리더십에는 문제가 많았다.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이런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그 임원일까. 아니다. 그 사람을 임명한 CEO다. 직원 이직과 매출 감소가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과가 나쁘면 CEO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오너가 CEO를 겸하는 경우는 어떨까. 난감하다. 자신을 문책하는 오너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둬도 그는 충분히 벌을 받는다. 자신의 회사가 그만큼 망가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원들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는 것이다. 보상받을 길이 없다. 주인 잘못 만난 자신을 책망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은 대통령을 그 나라의 CEO라 한다. 그의 결정과 판단은 민간기업 CEO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중하다. 모든 대통령은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많이 폈다. 취임하자마자 서민생계를 안정시킨다며 52개 생필품 가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기름값을 잡는다며 4대 정유사의 팔을 비틀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일시적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은행감독 업무를 총괄해온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최근 물러나면서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며 은행들에 수수료를 낮추도록 했지만 그로 인해 은행 부실이 커지면 종국엔 세금으로 틀어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에서 시켜서 할 수 없이 했지만 국민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 일이라는 고백이다.



 지금 국세청이 벌이는 대규모 세무조사도 혹시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전국의 세무서가 저인망으로 세금을 훑고 있지만 나중에 비용 대비 효과를 산출하면 미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몰아치기식 징세는 지속되기 어렵다. 절실한 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탈세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신의 생각에만 집착하는 위험성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기업투자를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다”며 “공약이 아닌 것까지 국회에서 추진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약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짜 걱정된다. 공약만 믿고 표를 준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그보다는 다른 선택이 없어 찍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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