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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내각 야스쿠니 참배는 외교적 도발

중앙일보 2013.04.23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일부 각료가 그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인은 춘계 대제 기간(21~23일)을 맞아 일제의 침략적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허리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직접 가는 대신 공물을 보냈다.



 일본이 벌인 각종 침략전쟁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도하기 위해 건립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일부 일본인에게는 그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입힌 가해자일 뿐이다. 피해자의 입장을 눈곱만치라도 배려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졌다면 그들을 기리는 자극적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외교적 도발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말 일본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한 것은 지당한 결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과의 건설적 회담은 불가능하다.



 아베 내각은 지난 2월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중앙정부 당국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독도는 역사적·법적으로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긴 외교청서를 발간했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영토와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의 잇따른 외교적 도발로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아베 내각에 있다.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첫 총리 임기 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안 한 것을 두고 ‘통한(痛恨)’이라고 말해 왔다. 아베 내각과 관계 증진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 모른다. 아베 내각은 북한의 위협을 군사력 증강의 구실로 이용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의 잘못을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는 한 한·일의 진정한 우호와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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