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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 “가방과 이 남자 봤다” … 다리 잃은 청년이 결정적 제보

중앙일보 2013.04.22 00:51 종합 17면 지면보기



테러 용의자 어떻게 체포했나
수천명 인파 중 용의자 2명 지목
숨어있던 보트 시민 신고로 찾아
협상전문가 설득 1시간 만에 투항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이 타메를란(26)·조하르(19) 차르나예프 형제를 용의자로 공개수배하기까지 보스턴마라톤 테러 때 두 다리를 잃은 시민의 제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프 바우만(27·왼쪽 사진)은 폭탄 테러가 발생할 때 대회에 출전한 여자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선 근처에 있었다. 이때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재킷을 입은 용의자 타메를란이 그가 있던 곳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약 2분 뒤 가방이 폭발했고, 바우만은 양쪽 무릎 아래가 잘려나갔다. 이때 휠체어에 앉은 그를 앰뷸런스에 태우러 가는 베이지색 카우보이 모자 ‘구조의 영웅’ 카를로스 아르돈도(52)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본지 4월 18일자 18면> 바우만은 수술 후 마취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먼저 메모지를 찾았다. 그는 힘겹게 썼다. ‘가방, 남자를 봤다, 나를 쳐다봤다.’ FBI는 바우만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 사진 속 수천 명의 인파 가운데 용의자를 2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조하르 차르나예프를 체포한 것도 시민 제보의 힘이 컸다. 19일 0시38분 형 타메를란이 사살된 뒤 특수기동대(SWAT)의 가택수색에도 불구하고 도주에 성공한 조하르의 흔적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7시. 워터타운 플랭클린가에 사는 은퇴 노인 데이비드 헤니베리는 뒷마당에 세워둔 보트의 덮개와 바닥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911에 신고했다.



 SWAT와 경찰이 집을 포위했고 조하르는 총격을 가하며 저항했다. 경찰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전날 총격전에서 그는 수류탄과 유사한 사제폭발물과 압력솥 폭탄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체온을 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 헬기가 공중에서 보트에 은신한 조하르를 확인했다. 섬광탄이 터지는 사이 협상전문가가 다가갔다. 협상전문가는 투항을 설득했고 이미 부상을 입고 출혈이 심했던 그는 1시간여 대치 끝에 오후 8시30분쯤 투항했다.



 CNN은 연방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검거된 용의자 조하르가 목에 심한 부상을 입어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범행 동기와 배후를 규명하기 위한 당국의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벌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0일 브리핑에서 조하르의 상태가 “심각하지만 안정적”이라며 “아직 의사소통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하르는 철통 경비 속에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한편 형 타메를란이 경찰의 추격 도중 사망한 것이 동생 조하르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의 에드워드 드보 경찰서장은 CNN에 타메를란을 생포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 같은 설명을 내놨다. 18일 경찰이 용의자들과 추격 총격전을 벌일 때 두 용의자는 각각 다른 차를 몰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타메를란이 갑자기 차에서 내린 뒤 총을 쏘며 경찰관들에게 다가왔다. 탄약이 다 떨어진 타메를란은 도로 한복판에서 제압당했고 경찰관들은 타메를란에게 수갑을 채우려 했다. 이 순간 검은색 SUV를 몰고 있던 조하르가 돌진해 왔다. 드보 서장은 “경찰관들은 무사히 차를 피했지만 조하르의 차는 바닥에 누워 있던 타메를란을 덮쳤고, 조하르는 형이 차에 걸린 채로 질질 끌고 갔다”고 말했다.



보스턴=정경민 특파원,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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