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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누적 수익률 132% '한국밸류 10년투자' 운용 이채원 부사장

중앙일보 2013.04.22 00:29 경제 6면 지면보기


2006년 4월 18일 운용 개시 후 7년간 누적 수익률이 132%.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대표 주식형 펀드이자 1호 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5%)의 네 배 가까운 수치다. 엔저(低)와 북한의 핵 위협 등으로 주식 시장이 힘을 못 쓴 올 들어서도 고객에게 9.4% 수익을 안겼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8900억원이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한국밸류운용에는 약 6500억원이 순유입됐다. 꾸준하게 성적을 낸다고 인정받아 최근 판매를 시작한 재형펀드 시장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17일까지 총 재형펀드 판매액 147억원 중 절반 가까운 70억원이 수십 개 자산운용사 중 한국밸류운용 한 회사의 몫이었다.

“전엔 돌 20~30개 들추면 가재 2~3마리 … 이젠 100개 들춰야 겨우 하나 발견한다”
너도나도 “가치주” 경쟁 심화 … 요즘 스트레스 받아 잠도 안 와



 이 정도 성적이라면 펀드 운용 책임자는 희희낙락하지 않을까. 그건 오산이었다. 이 회사 최고운용책임자(CIO)인 이채원(49·사진) 부사장은 “요즘 스트레스에 잠이 안 오고 손이 부르르 떨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밸류자산운용 사무실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 성적이 좋은데 왜 스트레스를 받는가.



 “ 우리는 가치주 투자를 한다.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서 제값에 판다. 그런데 평가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값이 올라 팔아야 할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새로 투자할 주식을 많이 골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요즘 눈여겨보는 부류는.



 “대형주다. 중소형주는 상당히 올랐다. 가치주 투자의 입장에서는 팔아야 할 때다. 반면 대형주는 싸졌다. 주당순자산가치(PBR)를 기준으로 보면, 1998년 이후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주가에는 중소형주에 비해 평균 65%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게 56%로 떨어졌다. 그만큼 싸졌다는 얘기다. 지금은 가치주 투자의 기회가 대형주에 있다.”



 - 방향이 보이는데도 스트레스가 심한가.



 “경쟁이 격하다. 가치주가 꾸준하다는 정평이 나면서 가치주를 찾는 펀드가 늘었다. 너도나도 가치주를 사다 보니 값이 올라 가치주가 흔치 않아졌다. 찾기가 힘들다. 예전엔 돌 20~30개를 들춰 가재 2~3마리를 찾았다면, 이젠 100개 들춰야 겨우 하나 발견한다.”



 - 가치주 찾기 경쟁을 헤쳐나갈 전략이 뭔가.



 “많이 뛰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연간 1500회 이상 기업 탐방을 했다. 2011년엔 1628회에 이르렀다.”



 - 기업을 많이 찾아가는 건 중소형주 투자 위주일 때 아닌가. 대형주 쪽이 유망하다니 탐방 필요성이 줄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대형주도 현장을 보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필수다. 경쟁사도 방문한다. 어떤 회사가 상대 경쟁사의 주식에 투자했다는 정보를 현장에서 얻는 일도 있다. 그런 주식은 확률 100% 아니겠나.”



 -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가치주 경쟁이 심해지면서 다른 자산운용사도 택할 방법이다.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철저하게 가치주 투자 원칙을 지키는 거다. 가치주는 사자마자 바로 값이 뛰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때론 코스피 시장이 불붙어 한두 달 새 10%씩 쭉쭉 오르는데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제자리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일선 영업 현장에서 난리가 난다. 그럴 때 대부분 자산운용사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이렇게 대응한다. 떠나거나 투자 종목을 바꾸거나. 하지만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철저히 원칙대로만 한다. ”



 -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



 “그룹 최고경영자(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뒷받침을 받아 내가 소신을 지키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어긋남 없는 원칙 준수’가 장기 성적을 좌우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설립자인 황성택 대표, 신영자산운용은 최고경영자(CEO)와 더불어 CIO인 허남권 전무가 철저히 원칙을 지켰기에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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