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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화웨이만 연구하는 조직

중앙일보 2013.04.22 00:15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이달 초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다녀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에 놀랐다”고 했다.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소가 있는데 거기에는 삼성만 연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있다더라”는 것이었다. 중국이 삼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중국의 삼성 연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후발 주자가 앞서가는 기업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책임감을 느껴야 했던 이유는 자칫 한눈을 팔면 중국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게다.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젠 중국 기업을 의식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중국 기업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정보기술(IT) 분야 많은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자는 애플도, 구글도 아닌 화웨이(華爲)’라고 말한다. 중국의 다국적 IT기업인 화웨이의 무서운 기술 추격과 시장 잠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25년 전 전화교환기로 출발한 화웨이는 지금 세계 최대 통신업체 자리를 놓고 에릭슨과 엎치락뒤치락 경쟁하고 있고,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개발 2~3년 만에 3위에 오르며 1위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웨이를 잘 모른다. ‘저가 전략’ ‘매출 10%의 R&D 투자’ ‘농촌에서 시작해 도시로 진입하는 전략’ 등 표면적인 분석에 그친다. 사영기업인 화웨이가 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인사·조직 관리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해외 마케팅 기법은 어떻게 흡수했는지 등 그 속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레노버·ZTE 등 화웨이보다 한 단계 아래 기업에 대한 연구는 더 빈약하다. IT 분야뿐만 아니다. 자동차·선박·기계·화공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 기업의 추격을 받고 있거나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우리는 ‘적(敵)’을 잘 모른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한·중·일 3국의 산업은 ‘협력 패러다임’으로 짜여 있었다. 일본이 첨단 제품을 만들고, 한국은 중·고급 기술에 특화하고, 중국은 저기술 제품과 조립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한 경쟁의 시대다. 기술로 무장한 중국이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내가 다 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업구조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비슷한 한·중·일 3국 기업 사이에 사활을 건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쟁에서 지는 기업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판이다. 그들은 ‘삼성연구TF’까지 만들며 우리를 캐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누가 이기겠는가? 답은 뻔하다.



 중국에 ‘삼성만을 연구하는 조직’이 있다면, 한국에는 ‘화웨이만을 연구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게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 전쟁에 대비하는 길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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