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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평화적 흡수통일’이 해법이다

중앙일보 2013.04.22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북한이 협박 소동을 벌여도 남한은 여전히 평화스럽다. 특급호텔에선 호화 결혼식이 열리고 골프장은 여유로운 남녀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울긋불긋 차려 입고 산과 들로 나선다. 김정은이 소리를 질러도 사람들은 류현진을 본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북한의 협박이 허풍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소동의 뒤편에서 북한은 핵을 최종 손질하고 있다. 핵탄두를 1t으로 줄이면 스커드 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 북한이 핵 미사일 수십 기를 전방에 배치하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 미사일은 7분이면 서울 상공에 도달한다. 북한은 1~2년 내에 핵을 실전 배치할지 모른다. 그러면 북한은 서울과 부산에 핵 미사일을 쏘면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남한 국민이 류현진 TV 중계를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을 수 있다.



 핵 유령이 다가오는데도 남한은 속수무책이다. 북한 핵을 막겠다고 결심하고 고뇌하는 이가 보이질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 프로세스’를 붙잡고 있다. 김정은 정권 같은 비정상 집단과 신뢰가 어떻게 가능한가. 허태열 비서실장은 잡다한 국내 사안 때문에 잠 잘 시간도 부족하단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안보노선을 충실히 따랐던 사람이다. 그는 북한 핵에 대해 새로운 결심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장이지 정책집행자가 아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북한 핵은 막을 수 없다고 체념한 듯하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가져도 선제 타격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북한 핵이 있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 무책임하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모두 손을 놓으면 누가 북한 핵을 막을 것인가. 미국과 중국만 쳐다볼 것인가. 한국이 결심하지 못하는데 그들이 왜 먼저 나서겠는가. 북한이 핵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전에 남한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최종 해결(final solution)’을 시작해야 한다. 이는 핵 개발과 공포정치·굶주림 같은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최종 해결은 ‘흡수통일’에 착수하는 것이다. 흡수통일은 전쟁 하자는 게 아니다. 흡수통일에는 평화적 흡수통일과 무력적 흡수통일 두 가지가 있다. 남한은 북한을 평화적으로 흡수통일해야 한다. 흡수통일이 아닌 대등통일은 불가능하다. 대등통일이란 북한의 고려연방제처럼 양쪽이 대등하게 합치는 것이다. 이는 선례도 없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양립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남·북은 경제규모가 40대 1이다. 이런 체제가 동등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도 대등통일은 실패했다. 남·북 예멘은 1990~94년 공동정부를 만들었다. 북이 대통령, 남이 부통령을 맡았다. 그러나 내전이 일어났고 결국 자유주의 북이 남을 흡수통일했다. 독일과 베트남도 모두 흡수통일이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반년도 못 돼 동독은 흡수통일로 갔다. 90년 3월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잘 사는 서독’에 흡수되자고 주창했다. 이 정당들이 승리했다. 베트남은 ‘무력적 흡수통일’의 대표 사례다. 73년 파리평화협정에 따라 남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했다. 2년 뒤 북 베트남 공산군은 남 베트남을 먹어버렸다.



 남한은 독일처럼 평화적 흡수통일로 가는 길에 나서야 한다. 먼저 김정은이 선택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한다. 그가 핵을 선택하면 남한은 북한정권 교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 정권과 평화적 흡수통일로 가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최종 해결이다.



 북한에는 핵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2500만 동포가 역사상 가장 가혹한 공포정치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종 해결’은 이 지옥도 끝낼 수 있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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