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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삼반과 시진핑의 언론 개혁

중앙일보 2013.04.22 00:07 종합 29면 지면보기




덩위원
전 중국 학습시보 부편집인




중국 산시(陝西)성 선전부 부부장이 최근 공산당 기관지 구시(求是·공산당 기관지) 산하의 격월간 이론지 홍기문고(紅旗文稿)에 글을 한 편 실었다. ‘언론계의 신삼반(新三反) 인물을 숙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신삼반은 반당·반국가·반민족을 가리킨다. 삼반(三反)운동은 1951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부패·낭비·관료주의 반대 운동을 말한다.



 공산당이 지난 3월 비밀리에 전국 성(省) 정부 선전부장 회의를 열어 신삼반 인사의 제거를 논의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 터라 그의 글은 지식인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신삼반 제거 논의설이 과연 사실일까?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면 당 중앙선전부가 이런 ‘규정’을 내놓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여론과 인터넷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신문·잡지 등 전통 매체와 언론사 사이트는 당 선전기구의 기존 통제 수단만으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중국의 신문매체, 특히 시사잡지는 적어도 세 단계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부정적인 보도와 언론은 이런 3단계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 매체와 심의자 본인의 정치적 앞길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돼야만 보도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산시성 선전부 부부장의 ‘살기등등’한 글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는 기고문에서 “유력 매체, 지명도 있는 사이트와 유명 블로거, 파워 트위터리안 등에 대해 경고할 것은 경고하고, 금지할 것은 금지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면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중앙선전부는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이런 계획이 없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당연히 하급 선전 부서는 상부의 뜻을 스스로 헤아린 뒤 개인적인 견해를 표명하게 된다.



 이번 파문은 결국 당의 선전기구(실제로는 중국공산당 자신)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사회는 갈수록 다원화하고 있고 정책에 순종하지 않는 인민도 늘고 있다. 당의 선전과 제도는 갈수록 인민과 괴리를 일으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이 당 주석으로 권력을 잡은 지 반년이 되어간다. 인민들이 그에게 품었던 높은 기대감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중국인들은 개혁 이미지의 시진핑이 집권 후 여론 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거꾸로였다. 언론계에서는 지난해 말 열린 18차 당대회 이후 언론 통제가 더 심해졌다는 의견이 보편적이다.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로 언론에 대한 통제 완화가 자칫 시진핑이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 알리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중국의 꿈’은 이미 민간으로부터의 도전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로 정치개혁에 대한 견해차다. 새 공산당 지도부는 경제발전과 민생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특히 지식계는 반부패와 정치개혁을 기대한다. 중국공산당은 만일 언론을 방임하면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중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우려한다. 대중의 기대감만 높여 결국 충돌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계하는 것이다. 당의 언론 통제는 수면 하에서 추진된다. 산시성 선전부 부부장의 글이 사이트에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일반 중국인들은 이러한 언론 자유에 대한 공공연한 탄압을 참지 못한다.



 중국 공산당은 아직도 언론 자유와 여론 관리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 줄 위에서의 균형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최일선 선전 부문은 몸 둘 바를 모른다. 갈지자 행보를 취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이런 풍경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다.





◆덩위원(鄧聿文)=중국 공산당의 엘리트 당원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기관지인 ‘학습시보’의 부편집인을 지내다 지난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한 뒤 물러났다. 탐사기자 출신으로 정치·경제·사회 분야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덩위원 전 중국 학습시보 부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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