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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회적 입원 줄이려면

중앙일보 2013.04.22 00:06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중풍 가족에게는 복음과 같다. 가족의 수발 고통을 사회가 분담하게 돼서다. 처음에는 3단계 순차 시행으로 잡았다가 2008, 2010년 두 단계로 축소했다가 2008년 일괄시행으로 바뀌었다.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시설 부족을 우려해 러브호텔의 요양시설 전환까지 허용했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의 칸막이를 제대로 치지 않았다. 요양원에 있으면 장기요양보험이 수발비를 커버했지만 요양병원은 환자가 부담했다. 당시 담당 국장이 “요양병원 환자가 항의할 텐데”라고 걱정하던 게 눈에 선하다.



 5년 새 요양병원이 462개 늘었다. 감사원이 최근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3만1075명”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입원’이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의료적 처치가 거의 없어 병원이 집과 거의 다름없다는 게 감사원의 진단이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게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돌아갈 집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출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병원이 경고하면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병상이 빈 일부 요양병원에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좋은 손님이다. 환자-가족-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노인이나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의료와 복지 욕구가 섞여 있다. 사회적 입원 환자에게는 복지 욕구가 더 강하다. 이들이 요양병원을 벗어나면 케어할 시스템이 없다. 병원을 나갔다가 악화돼 되돌아오기 일쑤다. 기초수급자가 반 강제로 나갔다가 자녀 집에서 얼마 못 버티고 돌아온다. 요양병원이 복지시설이나 다름없다. 3만 명에게 불필요하게 건보재정(2083억원)이 들어간다지만 넓게 보면 복지비용일 수도 있다. 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점이 문제다. 이런 문제가 왜 생겼는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요양병원은 보건의료정책실, 요양원은 인구정책실 담당이다. 여기에도 칸막이가 있다. 독일은 2007년 1~2세 어린이집 이용 정책(올해 시행)을 확정할 때 시행 시기를 6년 뒤로 잡았다. 사회적 입원은 속전속결 정책이 낳은 기형아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입원이 늘어날 게 뻔하다. 기초생보제 수당에서 주거비를 정교하게 분리해 지급하면 저소득층 사회적 입원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의 기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큰 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중환자가 회복하는 공간으로 요양병원이 적격이다. 그 이후 상태에 따라 요양원이나 집으로 가면 된다. 가정방문 재활·간호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 불필요하게 장기입원을 일삼는 병원을 퇴출시키되 요양병원·요양원 동거모델도 시도해봄 직하다.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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