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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 간염, 무턱대고 치료약 바꾸면 오히려 독

중앙일보 2013.04.22 00:0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바꿔줘!”를 막무가내로 외치는 인물이 있다. KBS 개그콘서트 ‘정여사’ 코너의 정여사가 주인공이다.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바꿔 달라고 떼쓰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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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진료실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환자가 복용하는 약을 막무가내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의료진은 당혹스럽다. 물론 다른 치료제를 사용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만성 B형간염처럼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은 무턱대고 치료제를 바꾸면 낭패를 볼 수 있다.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를 파괴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 B형간염이다. 만성화되면 완치가 어렵다. 간경변증·간암 등 치명적인 간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국내에선 매년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5.1%가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이 중 0.8%가 간세포암으로 진행한다. 국내 간세포암 환자의 65~75%가 B형간염 때문인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생아가 B형간염 엄마에게 수직 감염돼 만성 B형간염이 되는 비율이 높다. 90%가 만성화된다. 만성 B형간염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치료가 필요하면 적합한 약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간질환은 악화되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관리에 소홀한 환자가 많다.



반면 B형간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환자도 다수 있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상의하는 환자는 고맙다. 하지만 새로운 B형간염 치료제 개발 소식을 듣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치료제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곤란할 때가 있다.



장기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만성 B형간염은 약을 무분별하게 바꾸면 오히려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제를 바꿀 땐 신중한 의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치료제 선택과 변경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자가 부분바이러스반응이나 무반응을 보이는 경우 치료제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외에는 치료제 변경의 필요성이 매우 낮다.



1998년 후 영·유아 예방접종·수직감염예방사업 등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이 낮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래도 여전히 B형간염 검진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다.



만성 B형간염 환자가 간경화·간암을 막으려면 최소 6개월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땐 전문의와 상의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낮은 내성 발현율·안전성 등이 확인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창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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