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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여성 인권,휴대전화,컴퓨터 … 세상 바꾼 힘은 틀 벗어난 삶

중앙일보 2013.04.20 00:38 종합 23면 지면보기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김환영 지음, 부키

320쪽, 1만4800원




“독자들이 이 책을 읽다가 싫증을 내는 일은 없으리라고 자부한다.”



 세상 모든 필자의 소망을 머리말에 명시한 지은이의 배포가 크다. 이유도 분명하다. “단락마다 생각을 부르는 흥미로운 팩트(fact)가 숨 가쁘게 펼쳐지기 때문”이란다.



 숨이 가빠지지는 않았으나 속도감 있게 쭉쭉 눈을 인도하는 명쾌한 단문 속에 깨알같이 박혀있는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이 커피 향처럼 두뇌를 자극한다. 하루 10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 낡은 시대를 깨운 역사의 창조자들을 마주하자는 지은이의 뜻이 통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오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남미학 석사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 언론인으로 살아온 김환영(50·중앙일보 심의위원)씨는 사실(査實)에 힘써온 삶 속에서 두 단어를 골라냈다. 패러다임(paradigm)과 오리진(origin)이다.



 한 시대의 인식 틀을 만들고 바꾸고 수호하고 개량한 31명 선구자를 되새김하면 왜 우리가 오늘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는 “내일을 위한 패러다임의 창출에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휴대전화의 아버지 마틴 쿠퍼(85)는 발명가로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는 질문에 “만족, 행복, 자기실현에 있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나는 부자”라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애초에 틀을 만들지 않는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1912~54)은 기계도 언젠가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의 뇌와 컴퓨터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모든 영어 사전의 기초를 만든 ‘글 쓰는 이들의 수호성인’ 새뮤얼 존슨(1709~84)은 영국이 자랑하는 ‘제2의 셰익스피어’였다. “애국은 나쁜 놈들의 마지막 피난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재혼은 희망이 경험을 이긴 결과다” 같은 번득이는 경구를 날렸다.



라틴아메리카의 위대한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 노예제 폐지 운동의 주역 프레더릭 더글러스, 사회민주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여성의 인권을 외친 최초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등등, 차 한 잔을 나누며 인류사의 별들을 만나는 지식 카페 같은 책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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