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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생긴다는데 …

중앙일보 2013.04.20 00:36 종합 24면 지면보기
고전이 된 삶

이나미 리쓰코 지음

김태완 편역, 메멘토

540쪽, 2만5000원






원저는 ‘중국문장가 열전’이다. 고전 『사기』의 사마천부터 지식인을 풍자한 『유림외사』를 지은 청(淸)대 오경재까지 10명의 약전(略傳) 묶음이다.



 지은이는 국내 독자에게도 꽤 알려진 일본의 중국문학 연구자다. 그는 역사가·노장사상가·작가가 섞인 이들 위인을 문장가로 묶었다. ‘위기를 살아간 문인(사마천, 공융, 혜강, 안자추)’ ‘쾌락을 추구한 문인(소동파, 양유정, 정판교)’, ‘이야기 세계의 창조자(원진, 탕현조, 오경재)’로 나눠 소개한다.



 사마천과 소동파를 제외하고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많아 그 자체로 흥미롭다. 공자의 후손으로 조조의 비위를 건드려 죽음을 당한 공융, 남북조 시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은 역사 시간에나 접한 인물이다.



 중국 최초의 연애소설이라 할 『앵앵전』을 쓴 원진, 장편 희곡 『모란정환혼기』를 쓴 명 말 희곡작가 탕현조 등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문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문학연구자의 책답게 이야기도 풍성하다. 지은이가 중국 직업 문인의 시초라 평가한 원 말의 양유정은 글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 쾌락주의적 행태로도 이름을 떨친 양유정이 술자리에서 흥이 오른 나머지 전족을 한 기녀의 갖신에 술을 따라 참석한 이들에게 권했다는 ‘금련배(今蓮杯) 일화’ 같은 이야기는 ‘역사’를 다룬 책이라면 만나기 어렵다.



 또 다른, 아니 가장 큰 미덕은 소개된 문인들의 작품을 일부나마 수록한 것이다. 빼어난 글도 있고, 처음 대하는 글도 적지 않아 읽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화려한 말에는 진실이 없고 탐스러운 꽃에는 열매가 없다. (…)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생기고 점점 스며드는 물은 아교와 옻칠도 녹인다”



 공융이 조조에게 죽음을 당하면서 읊은 ‘임종시(臨終詩)’의 일부다. 죽음을 눈앞에 둔 억울함과 체념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남북조 시대의 전란을 살아남은 안자추가 남긴 『안씨가훈』 중 면학편에는 요즘도 새겨 들을 구절이 나온다.



 “속담에 ‘재산을 천만큼 쌓아두는 것이 자잘한 기술을 몸에 지니고 있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 기술 가운데 익히기 쉬우면서도 귀한 것으로 독서(학문)만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독서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는 배부르기를 바라면서 밥 짓기를 게을리 하고 따뜻하기를 바라면서도 옷 짓기를 게을리 하는 것과 같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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