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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개성공단의 미래, 어떻게 가야 하나

중앙일보 2013.04.20 00:20 종합 28면 지면보기

2004년 첫 제품을 생산한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췄다. 북한이 최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가다 급기야 북한 근로자 철수 조치까지 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대화 제의도 뿌리쳤다. 이를 두고 “북한이 공단을 협박 공간으로 변질시킨 만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성공단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지 역할을 하는 만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공단 문 닫으면 남북관계 희망 없다



조 봉 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에 이은 근로자 철수 이후, 공장의 기계 소리는 끝내 멈췄다. 개성공단 기업대표단의 방북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여전히 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폭주 기관차처럼 계속 간다면 개성공단은 ‘잠정 중단’이 아니라 정말 ‘폐쇄’되는 비운에 처할 수도 있다. 남북한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개성공단, 그마저 문을 닫으면 남북 간 신뢰 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생명체라면 누구든 오래 살기를 바란다. 개성공단도 남북한이 힘겹게 잉태한 소중한 생명체다. 통일을 꿈꾸며 적어도 반세기는 존속해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 그러나 채 열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요절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민족 모두의 염원인 통일경제의 희망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다시금 곱씹을 시점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모두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된다. 북한은 매년 합법적으로 벌어들이는 9000만 달러의 외화가 날아가 버린다.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가뜩이나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당장 5만3000여 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추진했던 경제특구개발도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세계의 어느 기업도 투자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피해 역시 막대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성장한계에 직면했던 우리 중소기업들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저렴한 임금·땅값·물류비용 등은 차치하더라도 북한 종업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덕분에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다. 그러니 개성공단의 위기는 중소기업들에 큰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당장 생산제품을 가져오지 못해 하루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기업들이 적지 않다.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다면 최소 6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고, 7000여 협력업체들도 연쇄도산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지역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전면 폐쇄된다면 남북은 출구 없는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안전판이나 다름없었다. 군사적 충돌이 있다 해도 개성공단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완충지 기능을 하기에 충분했다. 개성공단은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의 바로미터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 등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가 크게 출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회복을 위해 개성공단은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통일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도 개성공단은 끄떡없이 버텨왔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개성공단은 존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언제까지나 갈등과 대립 구조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남과 북이 함께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북한은 개성공단 빗장을 풀어야 하고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복원의 마지막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협박당할 바엔 폐쇄가 답이다



조 영 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개성공단의 앞날이 ‘원상 복귀인가’, ‘폐쇄인가’의 기로에 섰다. 북한이 개성공단 일시 중단을 선언한 뒤 지난 9일부터 근로자들을 출근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온갖 구실과 핑계로 공단 폐쇄의 명분을 찾고,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에도 공단 폐쇄 의지를 보인 전력이 있다. 북한이 단지 경제적 가치만 가지고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걸 방증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북한정권 유지에 심대한 타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복심(腹心)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10년 전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북한경제특구라는 경제적 공간의 의미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정치·사회적 상징성을 가지고 출범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싹을 틔우는 새로운 희망의 공간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와 억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늘 양보하고 또 양보해 왔다. 왜 양보했는가? 그것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실질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바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북한이 정상국가(normal state)화의 길로 가기 위한 공간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의 개성공단은 정상국가화의 공간으로 선용되기보다는 우리를 협박하는 도구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이 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성공단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개성공단의 지역적 특성이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북한이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대남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의 태생적 한계를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했다. 개성공단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오로지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그리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봉합하면서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언어폭력 등을 통해 위협 강도를 높여왔다. 핵과 미사일에 의한 협박의 약효가 다해갈 무렵 북한은 개성공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북한은 군 통신선 차단, 개성공단의 통행 차단, 근로자 철수라는 단계적 압박 카드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희망의 공간’이 아니라 ‘협박의 공간’으로 변질시켰고, 무소불위의 배타적 행정권의 이점을 최대한 악용해 우리 모두를 협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북한 모두는 개성공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유·무형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있는 환경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동되는 환경에서 개성공단은 언제라도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공단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동되는 배타적 행정권이 반드시 제거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배타적 행정권이 제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성공단이 ‘협박의 공간’으로 악용될 바에는 차라리 폐쇄하는 편이 낫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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