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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피자보다 못한 과학자에게 응원을

중앙일보 2013.04.20 00:19 종합 29면 지면보기
임도원 美컬럼비아대 화학과 1학년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유머를 봤다. ‘다음 중 나머지 세 개와 가장 다른 것은? (A)수리생물학 박사 (B)이론수학 박사 (C)통계학 박사 (D)라지 페퍼로니 피자’. 페퍼로니 피자가 가장 눈에 띄지만 답은 B, 이론수학을 전공한 박사였다. 다른 세 개는 4인 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지만 이론수학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보고 나서 한참을 웃었다. 수학을 공부해도 써먹을 수 있어야지 이론만 공부하면 먹고살 수 없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웃음의 끝이 깔끔하지가 않다.



 어릴 적부터 나의 꿈은 ‘인류에 공헌하는 과학자’였다. 과학자들의 발견에 감동받은 초등학교 6학년 꼬맹이는 일기장에 또렷이 인류의 발전을 앞당기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적었다. 고교 입학 에세이에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그것이 소망이라고 적었던 것을 보면 그 시절엔 사뭇 진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커 가면서, 특히 대학에 올라와 사회를 보면서 과학에 대한 열정보다는 불안감이 앞섰다. 과학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덮어 버릴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릴 적부터 키워 온 꿈을 흐려 버리기 일쑤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잘나가는 회사에 취직할 때 길게는 10년 이상 연구실에서 실험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짓누른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도 학계에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밀려온다. 같이 과학을 공부하던 친구들이 재수해 의대에 진학하고 선배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준비로 의대 막차를 붙잡는 것을 보면 기분이 착잡하다. 이미 누구는 변리사니 변호사니 고시공부를 시작했다는데 나는 이렇게 과학 전공서적만 붙잡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싶다.



 씁쓸한 웃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려는 허탈한 웃음이었으리라. 그런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2년 공학한림원이 이공계 종사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공계열 출신은) 노력에 비해 사회적 대우가 좋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으며 학생들의 경우 전공을 살려 과학·공학자가 되겠다는 응답은 고작 3.1%에 불과했다. 많은 학생이 ‘페퍼로니 피자보다 못한 과학자’가 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 또는 과학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학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소신을 믿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우직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우직함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사회 분위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이론수학자의 꿈을 꾸며 수학 문제를 풀고 있거나 아인슈타인이 되겠다며 현대물리학 책을 보고 있는 친구들, 자기 이름을 딴 화학반응을 만들겠다고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동료, 그리고 모든 예비 과학자 분께 응원을 보낸다.



임도원 미국 컬럼비아대 화학과 1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 (www.facebook.com/i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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