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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꼬일대로 꼬인 담뱃값 해법은

중앙일보 2013.04.20 00:09 종합 14면 지면보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6일 오후 7시 원룸들이 모여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수퍼마켓. 30대 남성이 담배 한 갑과 맥주 두 캔, 과자 두 개를 사들고 가게를 나섰다. 주인 김모(45)씨는 “많은 손님이 담배 사러 왔다가 다른 상품도 함께 사곤 한다”며 “주위에 편의점 두 곳이 더 생겨 매출이 떨어졌는데 담뱃값까지 올라 손님이 줄면 어떻게 될까 고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건강·생계·물가·세금 얽힌 ‘미로 방정식’ …
2000원 혹은 500원, 값 오르면 한쪽은 반발한다
흡연율 22.9% … 하락하다 다시 상승
연매출 11조 중 7조가 세금·부담금

 #지난달 한 신문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담배 농가의 수출을 격려하기 위해 쓴 ‘잎담배 수출 증대’라는 서예 글씨를 실은 광고가 게재됐다. 담배농가 연합단체인 연협중앙회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광고다. “담뱃값 논의 과정에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보게 될 잎담배 생산 농민에 대한 보호 대책이 빠졌다”는 내용이다. 중앙회는 “담뱃값 인상은 서민의 애환과 삶의 수준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무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던 직장인 양모(38)씨는 최근 5~6년간 새해마다 금연을 결심했다.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 양씨는 “상담도 하고 금연 보조식품도 구입해 봤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동료에게 한두 대씩 얻어 피우다 보니 결심이 흐려졌다”고 했다. 그는 “담뱃값이 올라도 어정쩡하게 오르면 계속 피우게 될 것 같다”며 “차라리 큰 폭으로 올라 어쩔 수 없이라도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모습들이다. 이는 담뱃값 논란이 흡연권 보장을 요구하는 흡연자와 보건 목적으로 담배를 규제하려는 정부 사이의 ‘단순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담뱃값 인상 문제는 얽히고설킨 미로처럼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 고차방정식이다.



담뱃값, 선진국 중 가장 낮고 흡연율 최고



 지난달 6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뱃세를 2000원 올리는 내용의 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담뱃값을 2005년 이후 8년간 인상하지 않아 선진국 중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다”는 이유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44억 갑 팔리던 담배 소비가 30억 갑으로 30%가량 줄어든다. 지난 2월 발표한 박근혜정부의 140개 세부 국정과제에도 ‘담배 및 술의 규제 강화’가 포함됐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 23개 시민단체도 지난달 26일 “담뱃값을 6000원 이상으로 올리라”며 거들었다. “2005년 담뱃값 인상 후 하락 추세였던 남성 흡연율이 최근 다시 오르고 있는 추세인 만큼 한시바삐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담뱃값 인상 논리는 명쾌하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다른 식품들은 발암물질이 하나만 있어도 난리가 나는데 담배는 수십 종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는데도 제재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수치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담배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3만여 명. 이로 인한 의료비는 1조5633억원에 달한다. 의료계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진료비까지 포함하면 10조원의 비용이 들고 이 액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흡연 피해는 당장 드러나는 게 아니라 20년쯤 뒤에 나타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지금도 건강보험이 구멍 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접흡연을 꺼리는 비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올릴 바엔 아예 1만원까지 올려 완전히 끊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는 담뱃세를 인상하면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은 연 6조8000억원(전체 담뱃값의 62%)이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1550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담배세는 단비 같은 존재다. 2008년 지자체들이 담배로부터 거둬들인 지방세는 4조3812억원으로 전체의 9.6%를 차지했다.



"짝퉁 담배, 밀수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담뱃값을 올리기엔 담배에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도 복잡하다. 2010년 흡연율은 22.9%(남성 흡연율 40.8%). 대략 1000만 명이 담배를 피운다. 연간 매출 규모는 약 11조원. 그런 만큼 이해가 걸려있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우리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다. 수출 작물로 장려할 때는 어쩌고 이젠 내팽개치려는 거냐.” 담배 제조원가엔 약 4000가구의 담배농가 수입이 포함된다. 연협중앙회는 “2005년 담뱃값이 500원 올랐을 때 담배 농가의 23.1%가 재배를 포기했다”며 “지원대책 없이 담뱃값이 오르면 연초 수매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경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소매점 등 13만 소규모 사업장들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담배 수입은 전국적으로 약 1조1000억원. 담뱃값의 10%가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담배판매인중앙회 오철상 본부장은 “대다수 소매점 매출의 50%가량이 담배에서 나온다”며 “가격이 급격히 올라 담배 구입이 줄면 생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가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현행 소비자물가지수 계산법에 따르면 담배는 주요 물품 19개 다음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담뱃값이 두 배로 뛰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85%P가 뛴다. 경제부처들이 담뱃세 인상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이유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담뱃값 인상은 국민 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진적 인상은 꺼리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담뱃값 인상 찬성 입장을 밝힌 것과는 반대로 한국납세자연맹은 인상에 반대한다. 연맹은 지난달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담배는 저소득층일수록 많이 피워 가장 역진적인 세금”이라며 “담뱃값 인상은 결국 복지재원 조달용 서민 증세로, 힘없고 만만한 서민들이 복지재원의 상당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저소득층 흡연자가 자신을 위해 쓰는 거의 유일한 지출이 담배이며 스트레스 해소라는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회장은 “담뱃값을 올려도 끊겠다는 흡연자는 거의 없다. 피우지 못하게 하려면 애초에 국가가 담배를 팔지 말아야 한다”며 “다른 중독 현상과 달리 담배만 세금을 올려 해결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대에 정치권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금연 운동가들은 “담뱃값 인상 논의가 미적거리는 배경엔 4월 재·보선이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이후 지금까지 일곱 차례 담뱃값을 올렸는데 뒤이어 실시된 선거에서 모두 집권여당이 패했다. 지하경제인 밀수 담배와 가짜 담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담배는 무게가 덜 나가고 부피에 비해 비싸 밀수 가능성이 큰 품목”이라며 “남대문에 가면 짝퉁 명품이 활개치는 것처럼 담뱃값이 오르면 밀수가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홍관 회장은 “담배 농가나 물가·밀수 등의 이유를 대는 건 담배회사들의 전형적인 논리”라며 “올린 담뱃값으로 피해 보는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율이 만만치는 않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배 판매자가 담배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얼마인지 정확한 조사가 힘든 상황에서 이들을 지원하려 해도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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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돌입한 담뱃값 인상 논란



 이런 복잡한 배경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늘 갈등의 연속이었다. 2005년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이다. 2004년 국회 복지위에선 담뱃값 인상 논의를 위해 다섯 번의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기금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돈”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 의결이 세 차례나 연기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결국 인상안은 당초 1000원에서 후퇴한 500원 인상으로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됐다.



 이번 인상안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의 당초 계획안은 인상분 대부분을 국민건강증진기금에 보태 보건사업에 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제출한 법안엔 담뱃값 인상분에 담배소비세(지방세) 부분을 늘리고 기금 부분은 낮췄다. 환경부가 담당하는 폐기물부담금도 7원에서 10원으로 올리고 저소득층 지원 방안도 포함시켰다.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럼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초 이번 달 논의될 예정이었던 인상안은 당정협의 후 6월 논의로 미뤄졌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1차전이 화두를 던지는 정도였다면 앞으로 있을 2차전은 이해당사자와 부처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전면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식은 대략 세 가지다. 2005년처럼 가격 인상폭을 낮추거나 2000원 수준의 인상안을 강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물가연동제 안도 제시됐다. 500원 정도의 ‘소액’ 인상안엔 담배회사와 담배 판매업 종사자, 세수가 늘어나는 정부도 만족할 수 있다. 심지어 인상을 반대하는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는 물가상승에 따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금연단체들은 흡연율 감소 목적을 달성하려면 500원 인상은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흡연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세금만 오르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물가연동제 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 의원은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에 쉽게 적응해 흡연율 저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도입하더라도 이번에 대폭 인상을 한 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주장마저 나온다. 박재갑 교수는 “쳇바퀴 돌듯 10년 전과 똑같은 논의만 해서는 해답이 나올 수 없다”며 “국가가 이제라도 법률을 통해 담배 제조와 판매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는 “박 교수의 주장은 금연단체들 사이에서도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제 흡연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할 때가 된 것은 맞다”며 “이는 정부가 담배 정책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담뱃값 인상이 금연정책 예산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6년 315억원이었던 금연예산은 해마다 줄어 올해는 215억원만 책정됐다. 김영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팀장은 “국민건강증진기금만 해도 매년 2조원이 조성되는데 금연예산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명분을 얻기 힘들 것”이라며 “저소득층은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인력을 충원해 직접 찾아가 금연을 지원해주고, 의지가 있는 흡연자들에게는 약물 치료비 등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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